'17승' 전성기→2년의 시행착오…두산의 '원조' 에이스, 눈 뜨기 시작했다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두산 베어스 이영하의 전반기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17승을 거뒀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자신감도 회복했다. 이제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다.

이영하는 지난 2019년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이영하는 29경기에 출전해 17승(1완투) 4패 평균자책점 3.64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만큼 꽃길만 걸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추락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이영하는 이듬해 5승 1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4로 급추락했다. 이영하는 다시 선발로 부활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지만, 반등은 쉽지 않았다. 이영하는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했고, 불펜 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영하는 지난해 선발로 1승 5패 평균자책점 9.80에 불과했으나, 불펜으로 이동한 위 4승 1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0으로 활약했다. 가을 무대에서도 이영하는 '필승조'로 중용 받았고, KBO리그 최초로 팀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올려놓는데 큰 공을 세웠다.

실패만 맛보던 이영하는 작년 불펜으로 성공을 거둔 뒤 다시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결과 올해 15경기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하며 선발 투수로 입지를 제대로 쌓고 있다. 특히 최근 페이스도 좋다. 4경기에서 개인 3승,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달리고 있다.

사령탑도 '원조' 토종 에이스의 부활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는 잘 던졌다. 전날(28일) 하위 타선을 너무 쉽게 내보내고 상위 타선으로 연결돼 실점을 했는데,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면서도 "잘 던졌다. 공 자체가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괜찮을 것 같다"고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좋은 페이스로 달리고 있지만, 이영하는 조심스러운 편이다. 그는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는데, 지금은 참 좋은 시기인 것 같다. 분명히 안 좋은 시기가 다시 올 것이다. 운동을 조금 더 꾸준히 하다 보면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너무 이른 나이게 '17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달성했다. 어쩌면 이른 성공이 이영하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어릴 때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서의 1승을 별로 좋지 않았다. 갈 길이 너무 멀다고 생각했다"고 말 문을 열었다.

현실을 깨닫고 돌아보면서 만족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이영하는 "17승을 했으니 적어도 15승을 해줘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전반기에 5~6승만 해도 잘한 것인데, 마음이 채워지지 않더라. 쫓기게 되고, 점수를 줄 때마다 '점수를 주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 선발 투수를 할 때처럼 마음을 잡다 보니 1승을 할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부담감이 많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승리를 쌓았을 당시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좋다'는 이야기를 달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로 컨디션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다. 폼이 좋아지면서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다. 가장 좋았을 시절 140km를 넘나들던 슬라이더를 뿌리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롯데 이호연을 상대로는 140km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을 솎아내기도 했다.

이영하는 "진짜 좋았을 때 슬라이더가 144km도 나오긴 했다. 최근 직구가 잘 들어가다 보니 타자 입장에서는 비슷하게 떨어진다고 느끼는 것 같다. 결국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리 잘 떨어져도 속지 않는 것 같다"며 "지금은 확실히 컨디션이 괜찮다"고 말했다.

볼넷이 많은 유형이지만, 최고의 성과만 생각한다. 이영하는 "지금은 볼넷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볼넷을 주더라도 점수만 주지 않으면 되다는 마인드다. 다시 10승을 거둔다면 기분이 좋고 뿌듯할 것 같다. 예전처럼 준비가 잘 됐다. 그리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폼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하자는 생각이 강하다"며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드러냈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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