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클로저의 ‘강제’ 두 번 등판…'퇴장' 한 남자에게 바치는 ‘위로의 20SV’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마운드에 두 번 등판했다? 사실이다.

KIA 정해영은 25일 잠실 두산전서 8-6으로 앞선 8회말 2사 1,2루,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타석, 볼카운트 2B서 마운드에 올랐다. 장현식이 전임타자 양찬열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타자 페르난데스에게도 볼 2개를 잇따라 던졌다. 그러자 김종국 감독의 투수교체 지시가 떨어졌다.

정해영은 21~22일 광주 롯데전서 잇따라 멀티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23~24일에 ‘강제 휴식’을 취하면서 기력을 회복했다. 김 감독으로선 한 방이 있는 페르난데스와의 확률 높은 승부를 위해 정해영을 올리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정해영이 마운드에 오르자 구심이 루심들을 불러모았다. 의견을 교환한 뒤 뜻밖의 결론을 냈다. 김종국 감독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장현식을 다시 마운드에 올라오라고 지시했다. 최소한 페르난데스의 타격이 끝날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정해영은 강제로 강판했다. 장현식은 강제 재등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8회말 시작과 함께 올라온 장현식이 2사까지 잘 잡고 안권수에게 좌전안타, 양찬열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자 서재응 투수코치가 페르난데스 타석을 앞두고 마운드에 올라왔다. 막 몸을 풀기 시작한 마무리 정해영에게 충분히 시간을 주는 목적, 흔들리는 장현식의 흐름을 끊는 목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장현식이 페르난데스에게 잇따라 볼 2개를 던지자 김 감독의 교체 지시가 나왔다. 서 코치가 다시 나와 장현식을 내리고 정해영에게 공을 건넸다. 이게 동일 타자에게 두 차례 마운드에 오른 것으로 간주, 김 감독이 퇴장 당했다.

야구규칙 5.10 선수교체-마운드 방문에 따르면 ‘감독이나 코치는 동일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또 다시 그 투수에게 갈 수 없다’라고 돼 있다. 또한 [원주]에는 ‘감독이 이미 한 번 마운드에 갔으므로 같은 이닝, 같은 투수, 같은 타자일 때 또 다시 갈 수 없다는 심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두 번째로 갔다면 그 감독은 퇴장되며, 투수는 그 타자가 아웃되거나 주자가 될 때까지 투구한 후 물러나야 한다’라고 돼있다.

결국 장현식은 다시 올라와 연습 투구 후 페르난데스를 계속 상대했다. 잇따라 볼 2개를 던져 볼넷을 허용한 뒤 교체됐다. 서 코치가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왔고, 장현식이 내려가면서 정해영이 다시 올라왔다. 한 이닝에만 정해영의 두 번 등판, 장현식의 두 번 강판이 성사된 순간이었다.

정해영은 2사 만루서 김재환을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 이닝을 마쳤다. 9회말에는 1사 1,2루 위기에 처했으나 안재석을 삼진, 김재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세이브를 달성했다. 시즌 20세이브로 고우석(LG)과 함께 세이브 부문 공동선두에 올랐다. 퇴장 당한 김종국 감독에게 바치는 세이브나 다름 없었다.

[정해영(위), 김종국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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