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文정부때 국정원 적폐청산’ 감찰한다

▲사진 = 국가정보원 홈페이지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국가정보원이 1급 부서장 27명 전원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고강도 내부 감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인적 쇄신을 시작으로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정상화하는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24일 여권 관계자들을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1급 27명 전원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내부 교육기관인 국가정보대학원에 대기발령 인사를 냈다.

여권 관계자는 “1급 부서장들에 대한 일괄 대기발령 조치는 과거 정부 교체 때마다 있었던 일”이라면서도 “감찰실장(1급)이 새로 임명되는 대로 내부 감찰에 착수하고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개혁 의지가 강한 김규현 원장이 직접 감찰 업무를 챙길 것이라는 전언이다.

내부 감찰은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 정부 초기 국정원에 설치된 ‘적폐 청산 TF’를 통해 고강도로 이뤄진 인적 청산 과정에서의 위법·불법성을 따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포함한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가 1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북한에 제공된 부적절한 대가나 지원 약속이 있었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했다.

국정원 안팎에선 기밀과 보안 유지가 생명인 국정원의 메인 서버를 수사기관뿐 아니라 민간인들까지 열람한 것을 반드시 문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직 외교·안보 관료는 “국정원 메인 서버를 적폐 청산 TF 소속의 친북 성향 인사들이 열어봤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적폐’로 낙인찍혀 사법 처리와 인사 불이익을 당한 인사들의 명예 회복도 검토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에 몸담았던 원장 4명과 간부 40여 명이 실형을 살고 나왔거나 살고 있다.

국정원 해외 파트 출신 전직 간부는 “지난 5년간 국정원 조직이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대북 사이버 심리전 대응과 반국가 단체 간부 동향을 살핀 활동, 전 정권의 비자금 의혹을 추적하던 직원들이 모두 ‘적폐’로 낙인찍혀 처벌받았다”고 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엔 원장과 동향(同鄕)이란 이유로 승진을 거듭하는 등 국정원 내 학연·지연 줄서기가 만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는 이런 악습이 다시는 국정원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원훈을 국정원의 첫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복원했다. 지난해 6월 창설 60주년을 맞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바꾼 지 1년 만이다.

김규현 원장은 직원들에게 “첫 원훈을 다시 쓰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문구 그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국정원 안팎에선 직전 원훈석에 쓰인 서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손 글씨를 본뜬 ‘신영복체’로 쓰여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근 원훈 교체와 관련한 내부 직원 설문조사 결과, 첫 원훈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절대다수였다고 한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