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거꾸로 잡고도 0.337…양준혁 실사판 등장, 타격왕 꿈 아니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년 전부터 루틴이 정립됐다.”

롯데 간판타자 한동희(23)는 데뷔 5년만에 포텐셜을 터트렸다. 그를 거쳐간 수많은 지도자의 인내와 본인의 노력이 결합됐다. 일찌감치 ‘포스트 이대호’로 꼽혔다. 마침내 뜬구름 잡는 전망이 아니었다는 걸 입증했다.

57경기서 202타수 68안타 타율 0.337(5위) 9홈런 36타점 27득점 OPS 0.943(4위) 득점권타율 0.333(11위). 특히 강타자의 훈장과도 같은 타격왕 타이틀이 보인다. 1위 이정후(키움, 0.351), 2위 소크라테스 브리토(KIA, 0.344), 3위 이대호(롯데, 0.342), 4위 호세 피렐라(삼성, 0.340에 이어 5위다.

한동희는 “타격왕 등 개인성적보다 롯데의 가을야구”라고 한다. 당연하다. 그러나 한동희의 타격왕 도전 자체가 의미 있다. 말 그대로 타격의 레벨이 진화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통산타율 0.267짜리 타자가 3할4푼대를 치는 건 이유가 있다. 자신만의 스윙 매커니즘과 긴 시즌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루틴 등이 정립됐다는 의미다.

한동희는 22일 광주 KIA전 결승타를 날린 직후 “2년 전부터 루틴이 정립됐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 타격연습을 하는 것이다. 한동희는 “2년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컨택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맞는 면이 넓어졌다”라고 했다.

타격은 구종과 코스의 싸움이다. 다양한 구종과 코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스윙 스팟이 넓어지는 게 유리하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으면, 노브를 포함한 방망이 끝 얇은 부분으로 쳐야 한다. 당연히 똑바로 잡고 치는 것보다 컨택이 훨씬 어렵다.

스스로 컨택이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놓고 꾸준히 연습하면서 감을 익혔다. 자연스럽게 실전서 방망이를 똑바로 잡고 치면 상대적으로 컨택을 쉽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올 시즌 맹활약은 자신만의 훈련 루틴을 정립해놓고 2년간 달려온 것에 대한 보상이다.

햄스트링이 이달 초에 조금 좋지 않아 열흘정도 쉬었다. 복귀 후에도 잠시 타석 수를 제한 받았다. 타격감이 떨어지면서 9일 삼성전 직후 타율 0.319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한동희의 타격 기술은 확실히 발전했다. 이후 9경기 연속안타, 심지어 18일 SSG전부터 4경기 연속 2안타씩 뽑아내며 3할4푼대에 재진입했다. 이후 이틀간 7타수 1안타로 숨을 고른 상태다.

22일 광주 KIA전 연장 10회 1타점 우선상 2루타는 시즌 두 번째 결승타였다. 그러나 한동희는 그저 “결승타보다 득점권타율이 중요하다. 구위가 좋은 투수를 상대로 빠른 볼카운트에 승부를 보려고 했다”라고 했다.

현역 시절 ‘천재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의 주인공이었다. 양준혁 위원의 통산타율은 0.316. 한동희도 양 위원의 뒤를 잇는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이 가능한 두 번째 타자가 될 수 있다.

본인은 기대하지 않지만 타격왕 경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타자로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한동희는 아직 23세다.

[한동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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