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김현수가 웃으면 조심해야 해...투수를 긴장하게 만드는 미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230억 원의 사나이' LG 김현수가 아웃을 당했지만 키움 안우진을 보고 씩 웃었다. 분명히 투수의 승리였지만 안우진은 김현수의 시선을 피하며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상대 투수에게 김현수의 미소는 어떤 의미이길래 그런 것일까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1위를 호시탐탐 노리는 2위 키움과 3위 LG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키움의 선발투수는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우완 파이어볼러 안우진이 등판했다.

안우진은 LG 타선을 상대로 5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이유는 김현수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현수는 1회초 첫 타석부터 안우진의 초구 154km 빠른 공을 받아쳐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완벽한 타이밍의 군더더기 없는 좋은 안타였다. 초구부터 거침없이 배트가 나갔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이야기였다.

두 선수는 3회초 다시 만났다. 2사까지 잘 잡은 안우진이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준 뒤 2루 도루 때 이지영 포수의 송구 실책으로 2사 3루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김현수를 만났지만 이번에는 안우진이 승리했다. 하지만 아웃카운트를 잡은 안우진은 웃지 못했다. 아웃은 되었지만 김현수가 136km 체인지업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쳐 중견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빠른 공을 던져도 배트 중심에 맞추고 체인지업을 던져도 배트 중심에 맞추는 김현수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김현수는 득점 찬스를 놓쳤지만 안우진을 보고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든지 안타를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 미소의 의미를 찾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5회초 2사 후 출루한 박해민이 빠른 발을 이용해 다시 한번 더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이때 이지영 포수의 악송구가 나오면서 박해민이 3루에 안착했다. 2사 3루에서 등장한 김현수는 안우진의 159km 빠른 공을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해 박해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렇게 스코어가 1-1이 되며 안우진의 승리투수 요건은 사라졌다.

김현수는 미소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LG는 1-1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유강남과 홍창기의 연속 안타와 박해민의 1루수 땅볼로 1사 1.3루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이때 김현수가 하영민의 124㎞짜리 초구 커브를 공락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세리머니와 함께 환하게 웃었다.

김현수가 두 번의 FA 계약으로 230억 원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KBO 리그 역사상 16번째로 통산 2000안타를 돌파한 타격기계라 불리는 선수다. 올 시즌도 타율 0.294에 13홈런 54타점 44득점 OPS 0.881을 기록하며 LG의 중심타선을 지키고 있다.

이 기록은 23일 현재 타점 1위, 홈런 2위, 득점 3위, OPS 6위, WAR 2.52로 9위의 기록이다. 무엇보다 폭발적인 장타력을 앞세워 생애 첫 30홈런을 돌파할 기세다. 외국인 타자가 없는 LG에 김현수의 장타력은 큰 힘이 되고 있다. 김현수의 맹활약에 LG는 40승 28패 1무로 2위 키움을 1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LG는 28년 만에 우승이라는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김현수의 미소가 계속되어야 한다.

[LG 중심타선을 지키고 있는 김현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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