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 얘기하면 3일 정도…” 목동 유망주→고척 믿을맨 ‘화려한 귀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공백기 얘기하면 3일 정도…”

키움 불펜에 휴먼스토리가 가득하다. 우완 문성현과 하영민이 핵심이다. 두 사람이 선발투수 유망주로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다. 전임 감독은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를 만들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실패했다. 문성현도 하영민도 끝내 목동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되지 못했다. 이후 히어로즈는 목동 시절을 거쳐 고척 시대를 열어젖혔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잊힌 유망주’가 됐다. 그 사이 창단 15년만에 안우진이라는 제대로 된 토종 에이스를 얻었다.

그러나 문성현도 하영민도 야구 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부상도 있었고, 시련도 겪었다. 군 복무도 했다. 그러나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팀에서 오랫동안 지도자를 한 홍원기 감독은 두 사람을 잊지 않았다. 불펜 투수로 기회를 줬고,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특히 문성현은 이승호와 함께 마무리와 셋업맨을 오간다. 30경기서 4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1.35. WHIP 0.86에 피안타율 0.165. 특급 불펜으로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18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정말 행복하다. 긴 공백기가 있었는데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좋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투구 폼을 수정한 게 효과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불펜투수의 매력에 빠졌다. 문성현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꾸준히 해왔고, 서서히 잡혀간다. 이제 자신감이 생긴다.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 마무리가 좀 더 긴장되긴 한데 7회라고 생각하고 던진다”라고 했다.

2010년 데뷔 후 2014년까지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받았으나 한 시즌도 10승을 돌파하지 못했다. 2014년 9승을 찍은 뒤 2015년 0승에 그치며 시련이 시작됐다. 이후 군 복무를 했고, 2018년 1경기 등판 이후 2019년에는 1군에 올라올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10경기, 4경기에 등판했으나 존재감이 희미했다.

문성현은 웃으며 “공백기 얘기하면 3일 정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중요한 건 야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왔다는 점이다. “계속 야구를 하고 싶었다. 2군에서 계속 공을 던졌다. 야구를 물고 들어졌다고 해야 하나”라고 했다.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마음고생도 많았다. 지금의 아내가 심리적 안정에 큰 힘이 됐다. 문성현은 “결혼하고 안정됐다. 아내가 내 응원가 편집까지 해줬다. 야구를 몰랐는데 알아가려고 하고 부족한 나를 잘 챙겨준다”라고 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행복하다”라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잊힌 존재에서 중요한 조각으로 거듭나기까지, 노력했던 지난 날을 보상 받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문성현은 “우선 주어진 상황서 최선을 다하고, 마무리로 완주하고 싶다”라고 했다.

가슴 속에 품은 야망 하나를 꺼냈다. 문성현은 “2014년에 못한 우승을 하고 싶다. 우승할 때 나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 2019년에는 있지도 않았으니까. 지금 우리 불펜 투수들이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2위라고 해서 불안한 건 없다. 끝까지 가보면 알 것이다”라고 했다.

송신영 투수코치의 현역 시절을 함께한 몇 안 되는 투수 중 한 명이다. 이젠 든든한 멘토다. 문성현은 “선수 시절에도 원정에서 방을 같이 쓰면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문성현은 이 사람들과 함께, 가을에 웃고 싶어한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야구의 종착역이다.

[문성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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