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그렇게 아이는 자란다[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속 가족 대부분은 핏줄이 다른 인물이 섞여있다. ‘아무도 모른다’의 아이들은 모두 핏줄이 다르다. ‘걸어도 걸어도’의 료타(아베 히로시)는 아이가 있는 여자와 결혼해 어머니(키키 키린)와의 사이가 어색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유다이(릴리 프랭키)는 산부인과에서 서로 아들이 바뀐지 모른채 6년간 키우다 진실을 알게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세 자매는 아버지가 다른 여자 사이에서 낳은 막내 아사노 스즈(히로세 스즈)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어느 가족’의 좀도둑 가족은 아예 모두 다른 핏줄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있다. 그는 ‘핏줄’보다 ‘연민’이 가족을 이루는 요소라고 믿는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이들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두 사람은 우성이를 잘 키울 양부모를 찾아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소영은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 그리고 입양되기를 원하는 소년 해진(임승수)과 함께 길을 떠난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는 상현과 동수를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이들을 조용히 미행한다.

‘브로커’는 감독의 전작 ‘어느 가족’과 맥이 닿아있다. 서로 핏줄이 다른 사람들이 짧은 기간 동안 가족을 이루고, 등장인물들이 범죄에 가담해 경찰에 쫓기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보다 근본적인 ‘생명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다. 그는 ‘아무도 모른다’의 버려진 아이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뒤바뀐 아이 등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이번에도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아이 생명을 구한다는 옹호의견과 명백한 육아포기이자 영아유기라는 주장이 부딪힌다. 감독은 양쪽의 입장을 부산에서 인천 그리고 서울까지 로드무비 형식으로 가로질러 이 사회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의 인물엔 선악이 혼재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료타는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역시 그랬군”이라고 말한다. 료타는 자신과 달리 승부근성이 없는 케이타가 못미더웠다. 그 말 속엔, 6년이나 키워놓고 내 핏줄이 아니어서 ‘내 아들이 아니다’는 뜻이 담겨있다. ‘걸어도 걸어도’에서 큰아들은 요시오라는 소년을 구하다 죽었다. 어머니는 기일마다 요시오를 불러 마음 속으로 차갑게 매질한다. “증오할 상대가 없는 만큼 괴로움은 더한 거야. 그러니 저 아이한테 1년에 한 번쯤 고통 준다고 해서 벌 받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내년, 내후년도 오게 만들 거야.” 때때로 인간은 ‘악한 마음’으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을 견뎌낸다.

‘브로커’의 상현, 동수, 소영은 범죄자들이다. 그러나 각자 마음 속 깊은 곳에 아픔이 있다. 상현은 이혼한 뒤 딸과 떨어져 살고 있고, 동수는 버려진 아이로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소영 역시 누군가에 해를 입히고 쫓기는 신세다. 갓 태어난 우성이를 가장 잘 키워줄 양부모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서로에게 위안을 얻고, 공감을 느낀다. 이 사회가 지켜주지 못하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이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선택한다. 비록 범죄의 세계에 연루됐지만, 이들은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때로 인간은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구원한다.

그렇게 아이는 자란다.

[사진 = CJ ENM]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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