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반겨주지 않았던 데뷔 첫 홈런, 왜?...추신수도 외면한 '무명의 4번타자'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SSG랜더스필드 정중앙을 뚫어내는 어마어마한 홈런이었다. 그런데 더그아웃 동료들은 홈런타자를 외면했다. 왜 그랬을까?

SSG랜더스 '무명의 4번타자' 전의산이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SSG가 4-0으로 앞선 2회말 2사 1.2루서 전의산이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 선발투수 남지민의 초구를 지켜본 뒤 2구째 145km 빠른공에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그리고 타구를 지켜보며 배트를 던졌다. 이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25M 대형 3점 홈런이 되었다. 전의산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수줍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고 더그아웃에 도착한 전의산은 코칭스태프들의 축하를 받은 뒤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양손을 들고 더그아웃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아무도 그를 반겨주지 않았다. 제일 먼저 추신수가 외면했다. 마치 투명인간 취급하듯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것은 SSG의 침묵 세리머니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친 선수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 동료들이 모른 척하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일명 '사일런트 트리트먼트'라고 하는 침묵 세리머니였다. KBO리그에서도 첫 홈런이나 중요한 기록이 있을 때면 침묵 세리머니를 펼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던 전의산을 김원형 감독이 불러 악수하며 축하했다. 그러자 동료들이 뒤돌아 박수치며 데뷔 첫 홈런을 축하했다.

프로 3년차인 전의산은 지난 8일 1군 데뷔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 가고 있었다. 4경기 동안 무려 타율이 0.467이었다. 정확한 콘택트 위주의 스윙을 하던 전의산이 5경기만에 자신의 장점인 파워를 보여준 것이다.

한편 전의산은 지난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0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은 우투좌타 내야수다. 경남고 시절에는 공격형 포수였지만 SSG는 그를 내야 핵심 자원으로 키우기 위해 1루수로 전향시켰다. 그리고 3년 만에 포텐이 터졌다.

SSG 1루에는 케빈 크론이었지만 부진 끝에 지난 8일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그리고 올 시즌 퓨처스리그 31경기서 타율 0.255, 6홈런, 19타점, 장타율 0.482를 기록 중이던 전의산에게 기회를 줬다. 6홈런은 퓨처스리그 홈런 1위 기록이며 장타율도 북부리그 2위에 올라 있는 파워가 좋은 선수였다.

고교 시절부터 164㎞의 타구 속도로 파워만큼은 전국 1위를 기록했던 타자였다. 경남고 1년 선배 롯데 서준원도 "파워 하나는 전국 최고"라며 인정한 타자다.

최정 뒤를 이을 SSG 전설의 유망주가 포텐이 폭발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전의산은 차세대 거포로 이제 첫 발걸음을 땠다.

[데뷔 첫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끈 전의산.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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