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박찬욱→'최초' 송강호!…'세계 최고 권위' 칸이 사랑한 韓영화인들 [공식](종합)

[마이데일리 = 칸(프랑스) 김나라 기자]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브로커'의 송강호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박찬욱 감독은 28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2022) 폐막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미소를 지으며 단상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코비드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도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이나 영화관이라는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 미키 리(CJ그룹 이미경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크루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라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가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칸 국제영화제와 첫 연을 맺었다. 이후 '박쥐'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아가씨'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에 이어 6년 만에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는 칸 국제영화제 세 번째 본상 수상으로 한국영화인 최다 수상 기록이다.

'헤어질 결심'의 수상 가능성은 일찌감치 점쳐졌다. 앞서 지난 23일 오후 6시 칸 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 공개된 이후 국내외 언론과 평단, 영화 관계자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박찬욱 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과 독창적인 연출력, 주연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의 섬세한 열연이 세계를 매료시킨 것.

'헤어질 결심'은 공개 직후 각국 매체가 발표하는 평점 집계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을 받으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Screen International) 평점에서 3.2점(4점 만점)을 받으며 올해 상영작 중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헤어질 결심'의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은 한국 영화를 넘어 K-콘텐츠의 무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간 한국 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시작으로 '헤어질 결심'을 포함해 다양한 작품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시켰다. 이 가운데 여섯 편의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이 여우주연상(전도연), 2009년 영화 '박쥐'(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칸의 선택을 받으며 세계 영화계의 뜨거운 화제작으로 부상한 '헤어질 결심'은 오는 6월 29일 개봉되어 국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날 '브로커'의 주역 송강호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브로커'는 공식 폐막식에 앞서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여되는 에큐메니컬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도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날 폐막식에서 송강호는 자신의 이름이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옆자리에 앉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강동원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주연배우 박해일과도 포옹을 이어간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의 힘찬 박수와 함께 수상 무대에 올랐다.

"메르시 보꾸(감사합니다)"라며 입을 뗀 송강호는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작품을) 같이 해준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에게 깊은 감사와 영광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송강호는 "(제작사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님, 그리고 CJ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지금 2층에 있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오늘 큰 선물이 된 거 같아 기쁘고, 이 트로피의 영광과 영원한 사랑을 바칩니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영화팬 여러분께 이 영광을 바칩니다"라고 벅찬 수상 소감을 전했다.

폐막식 종료 후 이어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송강호는 "정말 영광스럽고,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예의주시해 주시고 박수 쳐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라며 겸손한 모습으로 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로써 송강호는 지난 2019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영광에 이어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배우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전도연의 여우주연상('밀양') 이후 두 번째다. 더불어 송강호는 '괴물'(2006, 감독주간), '밀양'(2007,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비경쟁 부문), '박쥐'(2009, 경쟁 부문), '기생충'(2019, 경쟁 부문), '비상선언'(2021, 비경쟁 부문), '브로커'(2022, 경쟁 부문)로 총 7번의 칸 초청을 받으며 국내 배우 중 칸 경쟁 부문 최다 진출이라는 타이틀 역시 보유하게 됐다. 또한 지난해에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해 칸 영화제와의 남다른 인연 또한 이어갔다.

한편 에큐메니컬상은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지난해에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에큐메니컬상을 받았으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칸 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째로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브로커'는 오는 6월 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 CJ ENM]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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