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진짜 좋아했다"…손석구, 김지원에게 터놓은 진심 ('나의 해방일지')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나의 해방일지’가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28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15회에서는 시간이 흐른 후, 달라진 일상을 보내는 염씨 삼 남매의 모습이 그려졌다. 구씨(손석구)는 염미정(김지원)과 재회한 뒤 삶을 견뎌내는 법을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고, “나 너 진짜 좋아했다”라며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여전히 고된 인생을 한발 한발 나아가는 삼 남매와 구씨의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15회 시청률은 수도권 6.7%, 전국 5.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평을 이어갔다.

이날 구씨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염미정을 다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전처럼 함께 거리를 걷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사이에는 설렘이 감돌았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도 잠시, 삼식이의 연락을 받은 구씨는 자신이 요일을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그는 염미정을 남겨두고 일을 하러 떠났다. 구씨는 조금이라도 빨리 염미정에게 가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러나 구씨의 인생은 좋은 순간을 만나면 언제나 더 큰 불행이 다가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이 벌어졌다. 클럽에 찾아와 난동을 부린 여자와 마찰을 빚게 된 것. 여기에 선배는 도박빚을 갚기 위해 또 클럽 돈을 빼돌리려고 했다. 그를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한 장본인이었기에, 구씨는 더 큰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더 큰 일은 구씨 자신에게 있었다. 이미 심한 알코올중독에 빠진 그는 서서히 망가져가고 있었다. 요일를 착각한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얼굴에 생채기를 달고 온 구씨를 보고도 염미정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인생이 늘 이렇게, 하루도 온전히 좋은 적 없다는 그에게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 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이라며 삶을 견디는 자기만의 방식을 이야기해줬다. 그 말은 구씨에게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발 한발 어렵게 어렵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줬다.

염미정도 구씨를 만나 다시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었다. 염미정에게도 삶이 어렵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규직 전환 심사를 앞두고 팀장과 친구의 불륜에 같이 휘말렸던 염미정은 결국 그때의 회사를 나와 다른 곳에서 완전히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여기에 돈을 떼먹고 전애인에게로 도망친 전남친과의 문제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 심지어 그는 염미정의 돈을 다 갚지도 않은채 남부럽지 않게 갖춰 결혼식을 올리려 했다. 염미정은 전장에 나가는 마음으로 그의 결혼식을 찾아갔다. 가장 살벌한 얼굴로 신랑신부 뒤에서 사진까지 찍으려고 일어섰을 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바로 구씨의 전화였다. 염미정은 그 순간 “이 사람, 날 완전히 망가지게 두지 않는구나. 날 잡아주는구나”라고 느꼈다. 마치 지난날 염미정이 우연히 구씨의 목숨을 구한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흘러 떨어져 있었어도, 두 사람은 마치 운명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유일한 존재였다.

구씨는 염미정에게 얘기 들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꺼내놓지 않는 이야기도 염미정 앞에서라면 할 수 있는 구씨였다. 자신의 형편없음을 드러내야 했기에, 염미정을 다시 만난 게 후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염미정은 구씨에게 큰 존재였다. 그는 염미정에게 “나중에 내가 어떻게 망가져 있을지 나도 모르겠는데, 나 너 진짜 좋아했다. 내가 갑자기 욱해서 너한테 어떤 눈빛을 보일지,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말을 할지 나도 몰라. 겁 나. 그런데 이것만은 꼭 기억해줘라. 나중에 내가 완전 개새끼가 돼도 나 너 진짜 좋아했다”라며 진심을 고백했다.

한편, 염창희(이민기)도 이전과는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사업으로 진 대출을 편의점에서 하루하루 성실히 벌어 모두 갚았고, 친구였던 지현아(전혜진)와 사귀고 헤어지기도 했다. 염창희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못 견디고 지루해하는 지현아와 자주 부딪쳤다. 그러나 그는 최선을 다해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지현아에게 이별을 고한 염창희는 “살다가 힘들다 싶으면 그때 와. 그때도 내가 혼자면 받아줄게. 쉬었다가 또 떠나야겠다 싶으면 또 가.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서 휩쓸리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염창희는 진짜 ‘평범’에 도달했다. 죽기 살기로 버텨 겨우 지금에 도달한 그는 마침내 아버지에게 ‘애썼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염창희는 비로소 자기 자신에 대해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욕망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그게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버텨내는 팔자, 그게 염창희였다. 이 사실 하나를 깨닫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날의 설움이 밀려온 염창희는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 모습 위로 울려퍼진 “형, 나는 1원짜리가 아니고 저 산인 것 같아. 저 산으로 돌아갈 것 같아”라는 염창희의 말은 뭉클함을 남겼다.

사랑만 하면 해방할 거라 생각했던 염기정(이엘)은 또 다른 벽 안에 갇혀 있었다. 이번에는 결혼이 문제였다. 염기정은 조태훈(이기우)과 가족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조태훈의 둘째 누나인 조경선(정수영)은 여전히 둘 사이를 반대하고 있었고, 딸 조유림(강주하)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고민이 깊어가던 어느 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사러 간 염기정은 조유림을 마주치고 말았다. 그 얘기를 건너 건너 큰 누나에게 듣게 된 조태훈 역시 고민이 깊어졌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머뭇거리던 찰나 조태훈은 염기정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염기정 앞에서 “정말 다행이에요”라고 말해버린 것. 그 말 이후, 염기정은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 시원하게 머리를 자르자 어딘가 막힌 게 뚫리는 듯도 했다. 과연 염기정은 조태훈과 연애를 이어갈 수 있을지, 두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에 호기심이 쏠렸다.

이날 시간이 흐른 후 펼쳐진 삼 남매와 구씨의 일상은 매 순간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많은 것이 변해도, 인생은 여전히 힘들고 고달팠다. 그 고단한 여정 속에서 인물들은 저마다 버텨내는 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들 각자의 모습은 삶에서 ‘해방’이란 무엇이고, 이를 느낄 수 있는 때는 언제이며, 인생의 행복에 자격이 있어야 하는가에 관한 물음을 던졌다. 이제 네 사람의 해방일지는 마지막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짙은 공감과 위로를 안겼던 이야기의 끝엔 어떤 문장이 적힐지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최종회는 29일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사진 = JTBC 방송 화면]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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