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26세 거포에게 철저했던 플래툰…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그런 경험들이 투수를 상대하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KIA 오른손 거포 황대인이 포텐셜을 터트린다. 올 시즌 46경기서 168타수 48안타 타율 0.286 6홈런 37타점 12득점 OPS 0.772. 거포로서 최상위급 퍼포먼스는 아니다. 그러나 2015년 데뷔 후 커리어하이를 써내려가고 있다.

군 복무를 한 두 시즌을 제외하면 2021시즌까지 5년간 1군에서 187경기에 나섰다. 100경기 넘게 뛴 시즌이 한 차례도 없었지만, 그래도 전임 감독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다. 단순히 KIA에 귀한 오른손 거포 유망주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전임 맷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2년간 황대인을 철저히 플래툰 1루수로 기용했다. 2020년에는 유민상, 2021년에는 류지혁을 짝으로 붙였다. 일단 좌투수 경험을 집중적으로 시켜주면서 성장을 유도했다. 여기엔 황대인을 풀타임으로 기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팀 성적을 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플래툰 시스템에 대한 야구인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눈 앞의 팀 승패와 선수의 미래를 모두 고려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고 보는 시선, 그래도 주전타자 한 명을 제대로 키우려면 전폭적으로 특정기간 기회를 주는 게 낫다는 시선이 공존한다.

전자의 경우 팀으로서 성공을 해도 풀타임 주전은 만들지 못한다. 후자의 경우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결과물이 하늘과 땅 차이다.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전력이 좋은 팀이라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단, KIA는 지난 2년간 최상위급 전력과 거리가 있었다. 5강에 도전했다가 미끄러졌다.

어쨌든 황대인에게 지난 2년간 149경기의 경험은 소중했다. 그리고 2021시즌 막판 타격 페이스는 꽤 인상적이었다. 김종국 감독도 27일 광주 SSG전을 앞두고 "(지난 2년의)플래툰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렇게 해보는 것도 투수를 상대하는 법을 익히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다만, 김 감독은 전임 감독과 시선의 차이도 뒀다. "시즌 막판 순위가 결정된 뒤에는 플래툰을 안 해도 됐다"라고 했다. 내심 살짝 부정적인 뉘앙스. 그래서일까. 김 감독은 올 시즌 부임하자마자 작정하고 황대인에게 주전 1루수로 기회를 준다. 마침 포텐셜이 터지면서 김 감독의 디시전은 성공에 가까워진다.

물론 중요한 건 황대인의 경험과 준비, 그리고 노력이다. 삼진을 줄이고 애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레그 킥의 폭을 줄인 게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김 감독도 이 부분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 황대인은 26일 대구 삼성전서 역전 결승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당시 몸쪽으로 꽉 찬 공을 기 막히게 잡아당겼다.

황대인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김 감독의 원 포인트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그런 상황에서 기술적 얘기를 못한다. 타격코치가 있고, 타격코치도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타이밍을 좀 빨리 가져가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황대인이 자신의 조언을 듣고 홈런을 친 게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 정도의 공(몸쪽 꽉 찬 코스)을 (자신의 평소 타격 포인트보다)앞에서 돌리면 파울이다"라고 했다. 1군 233경기를 치르면서 나름대로 1군 투수를 상대하는 노하우가 쌓였다고 보면 된다. 황대인이 성장했다는 증거다.

[황대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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