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에서 쓸쓸하게 물러났는데…타이거즈 출신 좌완, 1년 뒤 마무리로 '화려한 반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발진에서 쓸쓸하게 물러났는데…

키움 이승호는 구단 프랜차이즈 왼손투수지만, 알고 보면 KIA 출신이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7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KIA의 픽을 받았다. 그러나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해야 했다. 물론 KIA는 알고도 영입한 상태였다.

그런 이승호의 재능을 키움 고형욱 단장도 눈여겨봤다. 키움은 2017시즌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김세현과 유재신을 KIA에 내주고 이승호와 손동욱을 받아왔다. 그 거래의 핵심은 단연 세이브왕 출신 김세현이었다.

KIA는 우승을 위해 이승호 출혈을 단행했고, 키움도 내심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윈-윈이다. KIA는 김세현으로 불펜을 보강해 통합우승에 성공했고, 이승호는 2018년 불펜을 거쳐 2019년부터 키움에 귀하던 토종 왼손 선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KIA 장정석 단장이 키움 감독 시절 이승호를 적극 중용했다. 고 단장도 트레이드 당시 향후 이승호의 활약을 두고 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승호는 공은 빠르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와 수준급 경기운영능력으로 2020시즌까지 선발투수로 뛰었다.

그러나 이승호는 선발투수로 압도적 퍼포먼스까지 보여주지는 못했다. 간혹 제구 기복을 드러내며 투구내용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결국 2021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홍원기 감독이 안우진과 한현희의 선발투수 전환을 선언하면서 이승호가 불펜으로 밀려났다. 잔부상도 있었고, 시즌 도중 정찬헌마저 영입되며 선발진에 끼여들 여지가 없었다. 이승호가 선발로 뛰려면 최원태를 끌어내려야 했지만, 홍 감독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그렇게 평범한 불펜투수로 2021시즌을 마쳤다.

그런 이승호가 올해 키움 마운드에서 다시 주목을 받는다. 선발이 아닌 마무리투수다. 한현희의 부상 및 부진에도 작년 토종 선발투수들과 외국인투수들이 건재한 상황. 이승호는 올 시즌에도 불펜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4월부터 강렬했다. 4월 13경기서 1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 0.75로 맹활약했다. 4월 말 마무리 김태훈이 충수염 이슈로 전력에서 제외되자 문성현이 임시 마무리를 맡았다. 그러나 이승호가 5월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마무리를 꿰찼다.

5월 7경기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45. 피안타율은 4월 0.205서 5월 0.280으로 살짝 높아지긴 했다. 그러나 선발로 뛰던 시절보다 패스트볼 구속이 다소 올라왔다. 140km 중반을 찍는다. 불펜에 다시 적응하면서 투구내용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커맨드도 안정되면서 어느덧 세 경기 연속 세이브를 따냈다. 24일 잠실 LG전서 솔로포 한 방을 맞은 뒤 무사 1,2루 위기에 처했으나 김현수와 채은성을 범타로 처리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당분간 키움 불펜은 이승호를 중심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김재웅을 제외하면 문성현, 하영민 등은 예전에 선발투수로 뛴 경력이 있다. 조상우가 빠진 키움 불펜이 올 시즌 고전할 것으로 보였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아니다. 현재 리그에서 LG 다음으로 마운드 밸런스가 좋은 팀이 키움이다. 그 중심에 단연 이승호가 있다.

20경기서 1승1패3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1.40. 화려한 반전이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사회복무요원으로 생활하는 조상우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울러 5년 전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고형욱 단장의 선구안이 다시 주목 받는다.

[이승호.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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