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이용규 공백 메우는 사나이…타이거즈 벤치에서 그냥 놀지 않았다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KIA에서도 항상 준비했다."

키움 내야수 김태진에게 키움 이적은 새로운 기회다. KIA 김종국 감독은 시범경기와 페넌트레이스 개막 초반 '슈퍼루키' 김도영에게 의도적으로 기회를 부여했다. 박찬호가 부쩍 발전한 타격을 앞세워 유격수로 자리매김하면서, 김도영이 김태진과 류지혁을 벤치로 밀어내고 3루수로 나섰다.

이후 KIA 3루수 구도는 김도영의 부진과 류지혁의 맹활약으로 180도 바뀌었다. 대신 김태진에겐 계속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KIA의 박동원 러브콜이 김태진에겐 전화위복이 됐다. 키움은 경험 부족한 20대 젊은 내야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줄 중간급 선수가 필요했다.

27세 군필 내야수 김태진은 키움에 딱 맞는 카드였다. 어느 순간 슬그머니 주전 1루수를 꿰차더니 베테랑 이용규가 부상과 부진으로 1군에서 말소된 뒤 좌익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내야수지만, 외야수비도 가능한 장점을 어필한다. 리드오프도 꿰찼다.

김태진은 22일 고척 한화전을 앞두고 "솔직히 외야보다는 내야, 특히 2루가 편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용규 선배가 빠졌으니 내가 그 자리를 메우는 게 맞다. 팀으로는 용규 선배의 빈 자리가 크다. 어떻게든 출루해서 득점으로 연결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키움 이적 후 63타수 18안타 타율 0.286 2타점 9득점으로 쏠쏠하다. 2021시즌 KIA에선 3번 타자까지 맡을 정도로 타격 자질이 좋은 멀티플레이어다. 그는 "내가 1~20홈런을 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했다.

방망이를 짧게 쥐고 정확한 타격에 집중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본인도 "길게 잡는 건 내게 안 맞는다"라고 했다. 올 시즌 타선의 힘이 확연히 떨어진 키움으로선 김태진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그런 김태진이 갑자기 펄펄 나는 건 아니다. 그는 "KIA에서도 항상 준비를 했다. 준비를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기회가 오겠지'가 아니라 준비를 했다. 경기에 나가서 못해도 상관 없고, 괜찮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라고 했다.

KIA에서 떠날 때 KIA 코치들에게 따뜻한 격려도 받았다. 이들은 김태진에게 "어차피 (트레이드)잘 됐으니 키움에 가서 네가 갖고 있는 걸 보여줘라"고 했다. 결국 KIA에서부터 유비무환의 자세로 준비해온 게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결실을 본 셈이다. 이용규가 돌아와도 김태진의 쓰임새는 다양할 전망이다. 키움이 박동원 트레이드로 결코 손해를 본 게 아니다.

[김태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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