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투수가 147km를? 이것은 기적이 아니다…그가 지금도 현역인 이유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SSG와 두산이 연장 12회 혈투를 벌였던 18일 잠실구장. SSG가 연장 12회 접전 끝에 5-2로 승리할 수 있었던 과정 속에는 '40세 투수'의 역투가 있었다.

2-2 동점이던 8회말 2사 1루. SSG는 고효준을 마운드로 호출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40세에 다다른 고효준은 나이가 무색한 강속구를 앞세워 2⅓이닝을 전력을 다해 던졌다. 안타는 1개도 맞지 않았고 삼진도 2개를 잡으면서 무실점으로 버티는데 성공했다. 볼넷은 2개였지만 고의 4구 1개가 포함된 것이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서)진용이도 쉬는 날이고 경험 없는 젊은 투수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고)효준이에게 많은 투구수를 가져갔다. 사실 무리였다. 그런데 효준이가 너무 잘 해줬다"라고 고효준의 '헌신'에 찬사를 보냈다.

고효준은 나이만 보면 '백전노장'이지만 그의 구속을 보면 아직도 '청춘'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고효준의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찍혔다. 대체로 145km 이상 빠른 공은 항상 던질 수 있는 힘이 있다.

이는 SSG가 올 시즌을 앞두고 고효준을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원형 감독은 "나이가 있어도 좌완투수가 145km 던진다는 것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항상 제구가 불안하다는 점을 안고 있고 쉽게 없어지지 않겠지만 그 부분만 해결된다면 충분히 1군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나 고효준의 투구 내용은 웬만한 젊은 필승조 투수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14경기에서 15이닝을 던져 안타 10개만 맞았고 피홈런은 1개도 없다. 볼넷은 5개만 허용했고 삼진은 17개를 잡았다. 승패는 없지만 홀드 5개를 수확했고 평균자책점도 3.00으로 안정적이다.

이러한 결과는 고효준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고효준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임한다. 공 1개도 허투루 던지지 않는다. 매번 공을 던질 때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던진다"라고 말했다. 왜 그가 불혹에 다다른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그가 던지고 있는 147km 빠른 공은 결코 기적이 아니다.

[SSG 고효준이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SG-두산의 경기 8회말 2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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