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억원 대투수를 조용히 도운 사나이…150억원의 가치, 참 꾸준한 나스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이거즈 103억원 대투수가 개인통산 150승의 금자탑을 세운 날, 그를 조용히 도운 타자가 있다. '150억원의 사나이' 나성범이다.

양현종은 19일 부산 롯데전서 7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시즌 3승 및 개인통산 150승을 거뒀다. KBO리그 역대 4호이며, 1승만 보태면 KT 이강철 감독을 제치고 타이거즈 최다승 투수 단독 1위가 된다.

타이거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날, 조용히 뒤에서 도운 동료들이 있다. 우선 양현종의 뒤를 이어 전상현이 ⅓이닝 무실점으로 홀드, 마무리 정해영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각각 따냈다. 이들의 계투가 성공적이지 않았다면 양현종의 150승은 또 미뤄졌다.

양현종은 2실점으로 버티면서 아웃카운트를 무려 23개나 책임졌다. 따라서 타자들이 그렇게 많은 점수를 낼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7안타 3볼넷으로 4득점했다. 아무래도 가장 돋보인 건 결승타 포함 2안타 1타점을 생산한 나성범이다.

나성범은 이날도 변함 없이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2-2 동점이던 5회초 2사 2루서 이인복이 몸쪽으로 붙여서 떨어뜨린 포크볼을 기 막히게 잡아당겨 1타점 우선상적시타로 연결했다. 펜스까지 갈 정도로 총알 같은 타구였고, 롯데 우익수 신용수의 깔끔한 대처로 단타에 그쳤다. 그에 앞서 3회에는 이인복의 투심을 툭 밀어 좌전안타를 생산했다.

나성범은 올 시즌에도 화려하면서도 꾸준하다. 40경기서 150타수 50안타 타율 0.333 5홈런 24타점 26득점 OPS 0.960 득점권타율 0.313. 아직 이렇다 할 슬럼프가 없다. 4월 9일 인천 SSG전부터 12일 광주 롯데전까지 3경기 연속 안타를 치지 못한 게 가장 긴 침묵이다. 이후 2경기 연속 무안타 한 차례를 제외하면 거의 매 경기 1~2안타 이상 생산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빼어난 투구를 펼치고도 9경기서 3승에 그쳤다. 나성범도 공교롭게도 양현종 등판 경기서 그렇게 날카롭지 못했다. 4월2일 개막전 2안타를 제외하면 4월8일 SSG전, 4월14일 롯데전, 1일 삼성전, 7일 한화전서 1안타를 쳤다. 4월20일 두산전, 4월26일 KT전, 13일 LG전서는 무안타였다.

물론 우연일 뿐이다. 기록이 증명한다. 올 시즌 나성범은 홈런과 타점이 최상위권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비율 스탯이 강하다. 출루율 2위, 타율 4위, OPS 5위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 2.33으로 리그 전체 3위다. 야수 중에선 호세 피렐라(삼성, 3.17)에 이어 2위. 타자의 전체적인 생산력을 평가할 수 있는 조정득점생산력도 185.3으로 리그 5위다.

KIA는 나성범에게 늘 푸른 소나무처럼 꾸준히 타선의 기둥이 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150억원을 투자했다. 이미 첫 시즌의 3분의 1 가량 도달한 시점에서 가치가 드러난다. KIA의 나성범 영입은 이미 성공했다. 나성범, 양현종이라는 두 기둥과 함께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볼 뿐이다.

[나성범(위, 가운데). 나성범과 양현종(아래).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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