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대신 실책왕? 38개 페이스, 구멍난 한동희 글러브 어떡하나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좋은 공격 지표에 가려져 있던 아쉬운 모습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실책이 많아도 너무 많다. 포지션을 옮길 수도 없는 답답한 노릇이다.

한동희는 지난 4월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타율(0.427)과 홈런(7개), 장타율(0.764)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고, 최다 안타(38개), 타점(22점)에서 2위에 오르는 등 생애 첫 월간 MVP를 품었다. 한동희가 펄펄 날자 롯데도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2위 이상의 성적으로 4월을 마쳤다.

4할 이상의 고타율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5월의 한동희는 4월과 너무나도 다르다. 20일 경기 시작 전을 기준으로 16경기에 출전해 15안타 1홈런 4타점 타율 0.234 OPS 0.607에 그치고 있다. 공격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팀 성적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좋은 공격력에 가려져 있던 단점이 드러나고 있다. 바로 수비다.

한동희는 지난해 120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3루수로 출전했고 실책은 14개(리그 공동 10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실책 페이스는 심상치 않을 정도다. 38경기에 무려 10개의 실책의 실책을 기록 중이다. 3루수로서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한 2020시즌 17개(3루수 16개, 1루수 1개)를 훌쩍 뛰어넘을 기세다.

사실 한동희의 공격력이 떨어지면서 수비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한동희는 이미 4월에도 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다만 엄청난 공격력에 수비의 아쉬움이 크게 돋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실책으로 점수를 주더라도 방망이로 만회할 수 있을 정도의 공격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격 지표가 떨어지면서 수비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한동희는 5월의 ⅔가량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벌써 5실책을 기록 중이다. 특히 최근에 실책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1실책, 1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2실책, 19일 또다시 1개의 실책이 추가됐다. 지난 18일 나성범이 친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던 것처럼 기록되지 않은 아쉬운 수비도 존재한다.

심각한 것은 타구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가장 적음에도 불구하고 실책수가 가장 많다는 점이다. 5월 실책 2위에 올라 있는 이학주는 62번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4개의 실책이지만, 한동희는 42번 중 5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다. 타구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 실책 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한동희는 가장 적은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마크하고 있다.

5월 수비율은 0.881로 규정 이닝을 소화한 선수들 중에는 유일한 8할대다. 시즌 전체 수비율은 0.894로 투수를 제외하면 김태연(한화 이글스, 0.860) 다음으로 좋지 않다. 얼마나 수비가 아쉬운지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프로 통산 44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2실책에 그쳤던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롯데 내부에는 1루 수비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현재 주전 1루수 정훈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3루수로 프로 통산 47경기(302⅔이닝)에 출전해 2실책에 불과한 김민수가 당분간 3루수를 맡고, 한동희를 1루수로 기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강팀의 기본은 마운드 그리고 수비다. KBO리그에서 '왕조'를 세웠던 팀들 중에 수비가 탄탄하지 않았던 팀은 없다.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투수들의 부담은 증가될 수밖에 없다. 한동희가 실수를 연발한 KIA 3연전에서 롯데는 스윕패를 당했다. 매년 '올해는 다르다'를 외치는 롯데지만, 내야에 구멍을 두고 높은 곳에 오를 수는 없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시즌이 끝났을 때 실책은 144경기 기준 37~38개로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의 2021시즌 35개를 넘을 기세다. 어쩌면 올해 롯데의 최종 순위표를 결정하는 것은 한동희의 방망이가 아닌 글러브가 될 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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