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이천수 "수아레스 핸드볼 파울은 천재, 나였어도 손 썼어"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이천수가 루이스 수아레스(35, 우루과이)의 12년 전 '역대급 반칙'을 회상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에서 우루과이와 가나가 맞붙었다. 1-1로 진행되던 연장 후반 15분에 가나가 프리킥 찬스를 맞았다. 이때 가나의 헤더 슈팅이 골키퍼 없는 빈 골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수아레스가 두 손을 뻗어 이 공을 쳐냈다. 결국 수아레스는 레드카드를 받고 물러났다.

월드컵 역사상 손에 꼽히는 반칙으로 거론된다. 수아레스 퇴장 직후 가나의 아사모아 기안이 페널티킥(PK)을 실축했다. 터널에 숨어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수아레스는 포효했다. 곧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해 우루과이가 가나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수아레스의 노골적인 핸드볼 파울이 우루과이의 승리를 이끈 셈이다.

우루과이와 가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H조에 편성됐다. ‘수아레스 사건’으로 얽힌 두 팀이 12년 만에 다시 만난다. 또한 H조에는 대한민국, 포르투갈도 함께 들어가 있다. 4팀은 서로 다양한 스토리로 엮여있기에 흥미로운 포인트가 많다.

이천수는 28일 개인 채널 ‘리춘수’를 통해 수아레스의 핸드볼 파울을 떠올리며 “미X놈인 줄 알았다. 말이 안 된다. 수아레스가 하는 짓을 보면 진짜 악동이다. 어디서 콘셉트를 잡고 반칙하는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수아레스가 잘못한 건 맞다. 골키퍼가 없는 상황에서 손으로 막은 행동이다. 자기는 당연히 퇴장으로 나가지만 (핸드볼 파울이) 없었으면 실점하는 거다. 운이 좋게 상대가 페널티킥을 날려서 ‘신의 한 수’라는 말을 듣는다”고 돌아봤다.

과연 이천수가 수아레스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이천수는 “저였어도 손으로 막았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또한 “자연스럽게 자기도 모르게 동물적인 감각으로 손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퇴장을 당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수아레스는 끝나기 직전에 했으니까 천재”라고 말했다.

이천수는 팀 입장에서 생각했다. “욕은 먹을 수 있지만, 한 명이 욕을 먹고 팀을 살렸다. 우루과이에서는 국민 영웅이다. 축구 규정 안에서는 불공정한 게 맞다. 불공정하지만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퇴장을 주는 것”이라면서 “수아레스가 퇴장을 안 당했으면 안 된다. 수아레스는 퇴장을 당하고, 우루과이는 PK도 내줬다. 상대가 PK로 골을 못 넣은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수아레스는 최고의 판단을 했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감정을 대입했다.

[사진 = AFPBBnews, 리춘수]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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