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베스트7' 양효진이 밝혔다, 연봉 2억 삭감→현건에 잔류한 이유

[마이데일리 = 한남 박승환 기자]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현대건설 양효진은 18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31표 중 28표를 얻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생애 두 번째 MVP를 품었다.

양효진은 올해 현대건설이 28승 3패 승점 82점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는데 큰 힘을 보탰다. 양효진은 올 시즌 토종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02득점(전체 7위)을 기록했고, 오픈 공격 성공률(50.90%), 속공 성공률(55.60%), 블로킹(세트당 0.74개) 부문에서 각각 1위에 랭크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양효진은 "MVP를 받게 돼 너무 감사하다. 느즈막이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영광이다. 올해는 많은 기대를 하고 시상식에 왔다.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28표는 너무 만족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양효진은 이날 MVP 외에도 7년 연속 센터로 베스트7에 선정되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그는 "어렸을 때 신인상을 놓치고 시상식에 앉아서 '다음에 오면 시상식장에서 꼭 상을 하나 받아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을 할 때마다 그 생각으로 매진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양효진은 "사실 몇 년 전부터는 상에 대한 마음을 내려놨다. 상을 받아서 가치를 증명하기보다는 스스로 돌아봤을 때 열심히 임했다면, 상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MVP까지 받게 됐다"며 "너무 강한 집념이 있었다면,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충실하게 임한다면 은퇴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던 시즌은 아니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챔피언결정전을 치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양효진은 "1위로 마무리했을 때 가장 속상했던 것이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가지 못한 것이었다. 별을 달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오프시즌 현대건설과 3년 총 15억원(연봉 3억 5000만원, 옵션 1억 5000만원)에 FA 계약을 맺으며 잔류했다. 현대건설의 역대급 시즌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봉은 지난해(7억원)보다 무려 2억원이 삭감됐다. FA 선수들이 무더기 쏟아져 나온 현대건설은 '샐러리캡'에 발목을 잡힐 위기에 놓이자 양효진의 연봉을 삭감했다.

양효진은 논란이 된 FA 계약에 대해 "FA 계약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논란이 나와서 생각이 많아졌었다"며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힘들 수 있었지만, 계약에 집착하는 것보다 지금 상황을 직시하는 쪽으로 생각의 방향을 많이 바꾸었다"고 했다.

연봉을 삭감하면서 현대건설을 떠날 수 없었던 이유도 밝혔다. 양효진은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팀에 있었고, 돈 외적으로도 어렸을 때부터 현대건설에서 땀을 흘리고 성취감을 느꼈다. 많은 분들께서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양효진은 휴식을 취하면서 차기 시즌을 준비한다. 그는 "똑같은 멤버라도 무조건 성적이 좋다고 장담은 못 한다. 공은 둥글다"며 "이번 시즌 전까지만 해도 우리팀이 독보적인 성적으로 1위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비시즌에 잘 준비하고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양효진이 18일 오후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진행된 '도드람 2021~2022 V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 한남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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