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부탁', 이대호의 '약속'…'82년생 황금세대'의 끈끈한 우정

[마이데일리 = 한남 박승환 기자] "무조건 가야죠!"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는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다. KBO는 이대호의 은퇴를 기념해 '은퇴투어'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대호는 마지막 전지 훈련과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미디어 데이를 마치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정규시즌을 앞두고 있다.

화려한 커리어를 갖춘 '조선의 4번 타자'의 은퇴 이야기는 31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1982년생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오승환(삼성)과 추신수(SSG)는 이대호의 은퇴를 아쉬워 하면서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추신수는 "은퇴투어를 하게 돼 친구로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대호하고는 초등학교 때부터 많은 시련을 겪고, 부산에서 라이벌로 성장했기 때문에 미국까지 가서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오승환 또한 "(이)대호가 대구에 좋아하는 식당이 있는데, 대구에 올 때마다 자주 데려가서 식사 대접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친구들은 이대호의 은퇴가 실감 나지 않지만, 그는 스스로 체감을 하고 있다. 31일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이대호는 "시범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했더니 울컥울컥하더라. 시즌도 지나면 지날수록 느낌이 올 것 같다. 실감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은 먼저 유니폼을 벗는다. 하지만 아직 은퇴를 선언하지 않은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더 길게 현역 생활을 했으면 하는 뜻도 함께 밝혔다. 그는 "친구들은 오래 좋은 성적으로 잘 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 선수들은 김태균(前 한화 이글스)과 정근우(前 LG 트윈스), 손승락(前 롯데) 등이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이제 몇명 남지 않았다. 이대호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면, 오승환과 추신수, 김강민 정도에 불과하다.

몇 남지 않은 황금세대 선수들은 이제 '친구'의 축하를 받으며 은퇴식을 치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오승환은 "지금도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면서 "내가 은퇴할 때는 (이)대호가 없을 텐데, 꼭 참석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 누구보다 오승환의 마음을 잘 아는 이대호는 흔쾌히 부탁을 승낙했다. 그는 "(추)신수, (오)승환이가 은퇴를 하면 은퇴식 때는 무조건 갈 것이다. 함께 참석해서 축하를 해주고 싶다"고 약속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SSG 랜더스 추신수. 사진 = 한남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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