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종범은 있어도 제2의 양준혁은 없다…신인왕 절대적 유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벌써부터 '제 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신인왕 후보로 주목 받는 KIA의 '슈퍼루키'가 있다.

KIA 신인 내야수 김도영(19)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KIA는 지난 해 신인 1차지명에서 156km를 던진 광주진흥고 우완투수 문동주를 포기하고 광주동성고 내야수 김도영을 선택해 화제를 낳았다. KIA가 고심 끝에 김도영을 선택하면서 문동주는 한화로 향했다.

김도영은 계약금 4억원을 받고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에 오자마자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시범경기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맹타를 휘두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무리 시범경기라지만 타율이 무려 .526(19타수 10안타)에 달하고 벌써 마수걸이 홈런도 신고했다. 여기에 도루도 2개를 해내면서 그야말로 호타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레 이종범이라는 이름이 떠오른다.

이미 개막 엔트리 진입은 유력한 상태다. 김종국 KIA 감독이 "지금의 플레이라면 김도영은 1군 엔트리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다. 신인이지만 이미 멘탈도 인정을 받은 듯 하다. "김도영은 멘탈이 강한 것 같다"라는 것이 김종국 감독의 평가다.

김도영이 올 시즌을 1군에서 시작을 하더라도 단순히 경험치를 쌓는 무대가 아닌 즉시전력으로서 활용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도영은 주 포지션인 유격수 뿐 아니라 3루수도 출전이 가능한 상태다. 김도영의 플레잉 타임이 늘어나다보면 주전으로 나서는 경기수도 많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신인왕이라는 목표도 가까워질 것이 분명하다. KIA는 지난 해 이의리가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1985년 이순철 이후 36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했는데 이제는 창단 첫 2년 연속 신인왕 배출을 노린다.

이미 '제 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는 자체 만으로 김도영의 클래스를 읽을 수 있다. 이종범은 1993년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었고 프로 2년차이던 1994년 타율 .393에 196안타 19홈런 77타점 84도루로 한국프로야구를 평정했다. 4할 타율과 200안타를 동시에 도전하면서 홈런을 20개 가까이 때리고 80도루를 넘긴 것이다. 1997년에는 타율 .324 30홈런 74타점 64도루를 기록하며 전무후무한 30홈런-60도루를 남기기도 했다.

더이상 한국에서는 이룰 것이 없었던 이종범은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하기도 했고 2001년 타이거즈가 KIA로 새롭게 태어나자 국내 무대에 복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그는 통산 타율 .297 1797안타 194홈런 730타점 510도루를 남기고 유니폼을 벗었다.

이렇게 위대한 커리어를 쌓은 이종범에게도 이루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신인왕이었다. 1993년에 데뷔해 해태의 주전 유격수와 1번타자를 차지하고 126경기에 모두 출전, 타율 .280 16홈런 53타점 73도루를 기록했으나 신인왕 투표에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의 '괴물 신인' 양준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준혁은 타율 .341 23홈런 90타점을 기록하고 타율, 출루율, 장타율 3관왕에 오르며 MVP 후보로도 거론된 선수였다. MVP는 홈런왕 타이틀과 더불어 눈물 겨운 부상 극복 스토리가 더해진 김성래의 몫이었다.

이제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제 2의 이종범'은 있는데 아직까지 '제 2의 양준혁'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가 2017년, 천재타자인 강백호가 2018년에 신인왕을 차지했는데 이들과 견줄 만한 대형 타자감은 쉽게 나타나지는 않는 법이다. 천하의 이종범도 해내지 못한 신인왕을 김도영은 해낼 수 있을까.

[KIA 김도영이 12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NC파크에서 진행된 시범경기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 타격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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