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이던 삼촌의 도움으로 프로 선수가 됐다'는 억측 이겨낸 백업 내야수의 활약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넌 누구니? LG의 비밀병기인가?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양 팀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이정후, 김현수, 박해민 등 국가대표 타자들과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2 홈런을 기록한 괴물타자 푸이그가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양 팀 투수들의 호투에 밀려 무안타로 침묵했다. 정작 이 경기의 주인공은 LG 송찬의였다. 그러나 '송찬의가 누구야?'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송찬의는 사실 입단 당시부터 화제를 몰고 온 선수다. 그의 삼촌이 송구홍 당시 LG 단장이었기 때문이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7라운드 6순위로 LG에 입단한 내야수다. 1군에서는 단 1경기도 뛰지 못한 무명의 선수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55경기 타율 0.301 7홈런 23타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 교체 출전하고 있다.

오늘 경기서도 송찬의는 5회 대주자로 교체 투입되며 기회을 얻었다.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서 8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3볼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키움 김준형의 가운데로 몰린 146km 직구를 놓치지 않고 힘껏 당겨쳐 좌측 담장을 넘기며 홈런을 기록했다. 신인급 선수가 비록 시범경기지만 3볼에서 공격적인 스윙을 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후 송찬의는 "타석에서 일단 노린 공이나 생각했던 구질을 놓치지 않고 내 스윙을 하려고 했다"라며 노림수로 인한 홈런이었다고 말했다.

9회초 타석에서는 2스트라이크에 몰린 불리한 상황에서 기술적인 배팅으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번에도 생각했던 공이 들어왔고 놓치지 않았다"라며 "긴장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내 스윙을 하자고 생각했다"라고 당차게 소감을 밝혔다.

예사롭지 않은 말이다.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공을 노릴 수 있다는 건 베테랑 타자들이나 할 수 있는 공격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노림수보다는 배트에 공을 맞히기 급급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1군 경험이 전무한 23살의 신인급 선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홈런과 안타를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LG 류지현 감독도 "지난해 2군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1군에서도 굉장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말하며 칭찬했다.

송찬의는 준비했던 것들이 모두 보여준 경기였다. 타석에서 노린 공이나 생각했던 구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스윙을 가져갔고 좋은 결과로 만들어냈다.

이제 송찬의는 '삼촌 도움으로 프로 선수가 됐다'와 같은 여러 억측들을 실력으로 이겨내며 자신의 입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아직 정식으로 1군 데뷔를 하지는 않았지만 류지현 감독의 인정을 받으며 1군 백업 내야수로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맹활약한 송찬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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