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김태균이 포기한 MLB도전...‘바람의 손자’가 숨겨놓은 비장의 승부수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2년 후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해외 진출을 추진 할 수 있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24)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공개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예고해 주목을 받고 있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7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이정후는 2023시즌을 마치면 소속 구단의 허락을 받아 메이저리그(MLB), 혹은 일본프로야구(NPB) 도전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정후의 선택이 아버지 이종범(52) 현 LG 퓨처스 감독이 1998시즌 주니치 드래곤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일본프로야구가 아니라 메이저리그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이정후는 NPB는 물론 MLB가 주목하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됐다. 특히 지난해 3할6푼의 타격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KBO리그 타격왕에 올라 이제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아버지 이종범감독의 시절에는 한국인 타자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박찬호가 1994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1996년 풀 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개척자가 됐다.

메이저리그 경기가 한국의 안방으로 처음 찾아 와 야구팬들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피지컬과 타격, 수비 능력에 놀랐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는 1999년 고려대를 중퇴하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최희섭이다. 최희섭은 메이저리그 엔트리가 40명으로 늘어난 2002시즌 9월 감격적인 메이저리그 데뷔를 했다.

이후 현 SSG 랜더스의 추신수가 부산고를 졸업하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타자로서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었다. 추신수 역시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격려하며 성공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KBO리그 출신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초창기에 시도를 해보다가 중도 포기한 전례가 있다.

가장 먼저 ‘국민타자’ 이승엽이 삼성에서 2003시즌을 마치고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다.

시애틀 매리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을 직접 방문한 뒤 LA 다저스를 찾아 구체적인 계약 조건 협상까지 갔다가 포기하고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행을 택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보장, 총액 100만~150만 달러 헐값 논란 등이 있었다. 2003년 11월 다저스타디움을 부인 이송정씨와 함께 방문해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LA 다저스 홈페이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당시 이승업은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보었으나 요미우리 4번 타자 등을 한 뒤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했다.

그다음이 김태균이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01년 한화에 입단한 김태균은 FA 자격을 얻어 2010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해 겨우 2년을 뛰고 2012시즌 한화 이글스로 돌아왔다. 김태균도 처음에는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의지를 밝혔다.

좌타자 이승엽, 우타자 김태균은 모두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추진하다가 중도 포기한 경우이다.

현재 KBO리그에서 대형 FA 선수로 거액의 계약을 한 LG 김현수, KT 박병호, 황재균 등이 모두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고 복귀했다. 그만큼 어렵다.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부터 성장한 추신수와는 다르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개 선언한 이정후가 2년간 어떻게 준비할지 주목된다. 그가 가진 비장의 카드는 선배들이 가지지 못한 빠른 발과 타고난 천재성, 컨택트 능력,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이다.

[2003년 11월22일 이승엽이 부인 이송정씨와 함께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한 사진. MLB.COM의 LA 다저스 구단 홈페이지에 크게 게재돼 그의 LA 다저스 행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다음 날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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