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 OK라고 했는데…푸이그 모범생 모드, 벤치클리어링 터지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순한양과 야생마가 겹치는 게 제일 좋다."

야시엘 푸이그(32, 키움)에 대한 야구 팬들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야생마'다. 한번 흥이 나거나 화가 나면 말릴 수 없다는 뜻이 투영돼있다. 실제 메이저리그에 몸 담은 시절 벤치클리어링도 자주 일으켰고, 덕아웃과 라커룸에선 그 누구보다 활발하게 팀원들과 어울렸다.

좋게 말하면 파이팅이 좋은 유형,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촉매제이고, 반대로 보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다. 사실 메이저리거로선 그라운드 외에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어서 '야생마'라는 별명 자체가 좋은 의미로 통용된 건 아니었다.

그런 푸이그는 키움에 입단하자마자 확 달라진 모습이다. "정말 성숙해졌다"라는 고형욱 단장 말처럼, 시종일관 진지하다. 취재진과의 공식 기자회견은 물론, 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남달랐다. 첫 날부터 훈련을 자원해서 소화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했다.

홍원기 감독은 "순한 양과 야생마가 겹치는 게 제일 좋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야생마와 순한양의 좋은 부분만 표출되길 바라는 것이다. 즉, 지금 보여주는 모습에서 좀 더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괜찮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그런 점에서 좋은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푸이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키움 국내선수들과 많이 친해진 모습이 보인다. 포수 김재현과 므흣(?)한 표정으로 끌어안은 영상이 대표적이다. 최근 강진 캠프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두고 "패밀리, 프렌드, 브라더"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올 시즌 키움에서 벤치클리어링 사태가 발발하면, 푸이그는 어떤 행위를 취할까. 사실 어지간한 야구 팬들도 벤치클리어링에서 벌어지는 구성원들의 액션을 100% 믿지 않는다. 진짜 화난 선수들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말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단지 '원팀'이라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단체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푸이그는 열혈남아답게 메이저리거 시절 벤치클리어링에선 누구보다 앞장서 감정을 표출해왔다. 그러나 푸이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심지어 사구가 날아와도 "그냥 1루에 걸어나가서 2루 도루를 노릴 것"이라고 했다. 어떠한 순간에도 냉정하게 야구에만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기본적으로 올 시즌 푸이그의 성적이 가장 큰 관심을 모은다. 키움은 박병호(KT)의 이탈로 푸이그의 적응 및 리그 폭격이 간절하다. 여기에 푸이그가 그라운드 내외에서 보여주는 개성이 야구 팬들에겐 또 다른 관심사다. 키움 국내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나아가 리그에 어떤 화두를 던질 것인지도 궁금해하는 시선이 많다. 일단 시작은 '모범생'이다.

[푸이그(위), 푸이그와 김재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푸이그 인스타그램 캡쳐(아래).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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