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뜨거우면서도 아련한 브로맨스[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변성현 감독의 영화 테마는 ‘믿음과 배신’이다. 데뷔작 ‘청춘 그루브’에서 서창대(봉태규)는 친구 이영훈(김민수)에게 배신당한다. 서창대가 “(음악은) 내가 다 만든거야”라고 말하자, 이영훈은 “그걸 누가 아는데?”라며 응수한다. “바닥에서 뒹군다고 의리는 아니잖아”라는 대사 속에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친구를 버리는 세태가 담겨있다. ‘나의 PS 파트너’의 현승(지성)은 전 여친 소연(신소율)과 새 여친 윤정(김아중) 사이에서 갈등한다. ‘불한당’의 한재호(설경구)와 조현수(임시완)는 믿음과 배신의 결정판이다.

‘킹메이커’는 첫 대사부터 배신을 언급한다. 시골 농부(진선규)는 서창대에게 “세상에서 제일 열불 터지는 것이 뭔지 아시오? 바로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당하는거요”라고 말한다. 이 영화가 배신을 다룬 것이라는 선언이다. 서창대는 김운범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지만, 김운범은 폭발물 사고 이후 거리를 둔다. ‘불한당’에서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는 유명한 대사는 ‘킹메이커’에서 “나를 믿지 말고 내 욕심을 믿으십시오”라는 대사로 변주된다. 사람과 상황, 나와 욕심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 놓여 있다.

‘불한당’과 ‘킹메이커’는 심연에 깔려 있는 믿음과 배신의 이중주를 브로맨스로 펼쳐낸다. ‘불한당’의 한재호와 조현수는 후반부에 격렬하면서도 강렬한 핏빛 파국을 맞이한다. 반면, ‘킹메이커’에선 김운범의 빛과 서창대의 그림자가 포옹하고 부딪히다 관객의 마음을 뜨거우면서도 아련하게 뒤흔든다. 설경구는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다. 만났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갈등이 생겨 멀어지기도 하고, 상처받고 있으면 다가가서 위로해 주려 하는데 그러다가 또 멀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변성현 감독은 ‘빛과 그림자’로 둘의 관계를 그렸다. 설경구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빛의 세계라면, 서창대는 앞에 나서지 못하고 뒤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그림자의 세계를 이룬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법. 그림자 역시 빛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은 때로는 배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킹(김운범)과 메이커(서창대)는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관계가 아닐까.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두 남자의 브로맨스가 오랜 잔상을 남긴다.

[사진 = 메가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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