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단체, "할리우드는 와이어로 말 고꾸라지는 촬영기법 1939년 이후 금기”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KBS1 대하사극‘태종 이방원’촬영 당시 말 학대 논란 및 사망사고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할리우드 등 해외 영화 및 TV업계는 말 등 동물 등장 장면을 어떻게 촬영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100여개 동물단체는 21일 ‘말 학대한 '태종 이방원' 고발한다’는 제목으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 TV 업계의 동물보호 정책의 역사를 정리해 공개해 눈길을 끈다.

입장문에 따르면, 영화 촬영 중에 동물이 다칠 수 있는 스턴트나 촬영 기법은 기본적으로 금기화되고, 동물이 다치는 장면은 절대로 찍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최소 1980년대부터 미국 할리우드 업계에 깔려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태종 이방원'에서 와이어를 사용해 말을 고꾸라뜨리는 촬영 기법은 미국에서는 1939년 이후로 금기화 됐다.

동물단체들은 “이런 기법이 2022년에 우리나라 공영 방송의 드라마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정말 놀라울 따름”이라며 “CG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장면들인데, 촬영 중 말이 다치는 게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 촬영에서 문제되지 않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전세계 최고급 영상 콘텐츠를 내놓는 한국에서 동물보호 인식이 할리우드보다 80년 가까이 뒤떨어지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장문에 따르면, 미국 영화계에서 동물보호가 최초로 큰 이슈로 부상한 사건은 1939년 서부 영화 '제시 제임스'에서 말이 주인공을 따라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 때문이다. 당시 약 20미터 높이에서 강제로 떨어진 말은 큰 충격에 물에 빠져 익사했다.

또한 1939년에 에롤 플린 주연의 'The Charge of the Light Brigade' 영화에서 총과 화살에 맞아 고꾸라지는 말들을 연출하기 위해, 트립 와이어를 사용해서 약 25마리의 말이 죽었다. 이 두 영화의 말 사망 논란에 미국의 대표 동물보호단체 '미국인도주의협회' (American Humane)는 강하게 반발했고, '미국 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와의 계약을 통해 American Humane이 영화 세트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 서부 영화 '천국의 문'에서 5마리의 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인도주의 협회(AH)는 영화계를 강력하게 압박하여, 영화 촬영 시 동물이 사용될 경우 미국 인도주의 협회가 필수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미국 배우조합(SAG) 과의 공식적인 협약을 맺었다.

마블 영화 등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를 크레딧 끝까지 볼 때 이런 로고를 자주 볼 수 있다. 현재 거의 99%의 할리우드 영화, 드라마에는 미국 인도주의 협회의 모니터링을 통해 이 로고가 들어간다.

한편, 동물단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앞에서 KSB의 끔찍한 동물학대 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KBS 항의 방문 및 영등포경찰서로 이동해서 고발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사진 = KBS, 동물자유연대]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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