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단체들, '태종 이방원' 말 사망사고 관련 KBS 고발...동물학대 처벌될까?[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KBS1 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7회분(1월 1일 방영) 촬영 당시 발생한 ‘말 학대 논란’과 ‘사망사고 의혹’ 등 실체적 진실과 이와 관련된 KBS와 제작진의 법적인 처벌 여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동물보호 단체들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인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 등의 금지)으로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100여개 동물단체는 21일 오전 "이번 KBS의 낙마(落馬) 사건을 통해 이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도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 KBS는 해당 드라마를 책임지고 폐지하며, 정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발표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우리 동물단체들은 KBS를 동물보호법 상 동물학대 치사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동물단체 입장’을 발표한 이번 사고의 요지는 이렇다.

“전력 질주하던 말은 앞 두다리가 와이어에 잡아 당기면서, 뒷다리가 공중 위로 올라가고, 말의 머리는 수직으로 땅바닥에 고꾸라지는 장면이 실제로 벌어졌다. 말은 공중으로 떠올라 목이 90도 꺽인채, 머리를 땅바닥에 내리 꽂힌 채, 그 말은 그 다음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누구도 말의 안위를 확인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고,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1주일 후에 사망했다.

말은 끔찍한 동물학대를 당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엄청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간 것이다. 그렇게 위험천만하게 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하고, 2개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 사실을 은폐하고 넘어가려 했던 KBS의 파렴치한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

동물단체들은 “현행 동물보호법 제 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2항의 3호에서는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는 제8조 1항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공영방송이 끔찍하게 동물을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동물권 행동 ‘카라’는 20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결국 사망한 말,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규정하고, “카라는 KBS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물 학대 정황을 확인함에 따라, 해당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 학대로 경찰에 고발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 혹은 ‘불행한 일’ 로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KBS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카라는 “시청자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학대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론 향후 KBS 촬영의 동물 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실질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태종 이방원’ 말 학대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동물자유연대측도 “’태종 이방원’에서 말을 강제로 쓰러뜨린 장면은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못박았다.

동물자유연대는 2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 금지 처벌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장면을 담은 영상을 촬영, 게시하는 것도 동물학대로서 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던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 학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사태를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동물자유연대는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말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영상 속에서 와이어를 이용해 말을 강제로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말은 몸에 큰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고꾸라지며, 말이 넘어질 때 함께 떨어진 배우 역시 부상이 의심될 만큼 위험한 방식으로 촬영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제의 말 사고 장면 동영상을 보면, 촬영 직후 스태프 3명이 쓰러진 배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급하게 달려간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이는 없다. 몸체가 뒤집히며 땅에 처박힌 말은 한참 동안 홀로 쓰러져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뒤의 말 상태가 어땠는지는 20일 KBS가 이번 말 사고와 관련한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기 전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부상당한 곳은 없는지, 다쳤다면 어느 부위에 어느 정도로 부상을 입었는지 등등.

KBS는 공식 입장문에서 “지난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발생했다”면서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동물단체들이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제기한 문제의 장면은 ‘유흥이나 오락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잔인한 방식으로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한 동물보호법 8조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의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고의성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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