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레전드와 레전드가 되어가는 선수', 여오현-박경민...'0-2→3-2' 대역전승 이끈 '게임 체인저'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천안 유진형 기자] 현대캐피탈에서는 두 명의 수비 전문선수가 있다. 남자배구 레전드 리베로 여오현(44) 플레잉코치와 리베로 박경민(22)이다.

현대캐피탈은 1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4라운드 우리카드와의 홈경기에서 1, 2세트를 먼저 내줬으나 3∼5세트를 내리 따내며 세트 스코어 3-2(20-25 18-25 25-18 25-23 15-1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의 달라진 뒷심에는 여오현의 파이팅 넘치는 수비와 몸을 날린 박경민의 디그가 있었다. 두 수비수는 현대캐피탈의 '게임 체인저'로 동료들의 승부 본능을 깨웠다.

1.2세트를 내리 내주며 분위기가 쳐졌을 때 최태웅 감독은 여오현을 투입시켰다. 여오현은 특유의 파이팅으로 후배들을 이끌었고 안정적인 리시브로 김명관 세터의 다양한 토스를 이끌어냈다.

박경민은 마치 묘기를 보는 듯한 디그로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고 동료들에게는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이렇게 두 명의 수비 전문선수는 현대캐피탈의 영화같은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한편 여오현은 한국 남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리베로로 꼽힌다. V리그 원년 멤버인 그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무려 18시즌을 뛰며 563경기, 2천21세트에 출전하고 있다. 남녀부 통틀어 역대 출장 1위 기록이며 아홉 개의 챔피언 반지도 가지고 있다.

여오현은 아직까지 전성기 못지않는 실력을 뽐내고 있다. 안정적인 리시브는 물론이고 분위기를 바꾸는 디그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여오현이 코트에 들어서면 넘치는 에너지로 쳐져 있던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경기 흐름을 바꾼다. 아직까지 여오현처럼 파이팅 넘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

아직까지 '여오현' 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주는 무게감은 엄청나다. 그 이름에 도전하고 있는 선수가 프로 2년 차 리베로 박경민이다.

박경민은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돋보이는 리베로다. 53.32%의 리시브 효율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디그도 세트당 5.42개로 1위다. 수비 종합 선두로 수비적인 면에서는 현재 리그 최고 선수다.

여오현 플레잉코치와 박경민은 비슷한 점이 많다. 여오현 플레잉코치는 175cm이며 박경민은 170cm로 두 선수 모두 단신이다. 하지만 탄탄한 몸에 빠른 스피드도 수비 반경이 아주 넓다. 코트 이곳저곳을 누비며 매 경기 '슈퍼 디그'를 보여준다. 마치 다람쥐 수비를 보는 듯하다.

여오현 플레잉코치가 인정하는 리베로가 박경민이다. "박경민이 앞으로 계속 성장한다면 한국 최고의 리베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박경민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부지런히 선배 여오현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현대캐피탈 승부 본능을 깨운 여오현과 박경민. 사진 = 천안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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