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패 탈출' 김호철 감독, 겉옷 벗고·소매까지 걷은 진짜 이유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정신줄을 놓고 하는 것 같아 옷을 벗고 집중하고자 했다"

IBK기업은행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4라운드 원정 맞대결에서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21-25 28-26 25-19 22-25 15-12)로 승리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5일 페퍼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무려 41일 만에 짜릿한 승리를 맛보며 8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아울러 김호철 감독은 여자부 데뷔전을 치른 이후 29일 만에 힘겹게 첫 승을 신고했다.

기업은행은 이날 표승주가 블로킹 4개, 서브에이스 3개, 무려 28득점을 뽑아냈고, 산타나가 23득점으로 V-리그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김희진 또한 22득점을 마크하며 팀의 연패 탈출에 큰 힘을 보탰다.

김호철 감독은 '첫 승 소감'을 묻자 "힘드네요. 저보다 선수들이 더 기다렸지 않나 생각한다. 내홍로 인해 심적 부담을 갖고 있었는데, 경기를 하면서 표정도 좋았다. 이긴다는 것이 참 힘들었던 것 같다. 고심도 하고 노력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준 덕분"이라고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날 김호철 감독은 경기 중간 겉옷을 벗고, 팔을 걷어붙여가며 선수들의 지휘에 힘을 쏟아냈다. 그는 "2~3세트를 이겨놓고, 4세트에 엉거주춤하는 옛날 모습이 보였다. 정신줄을 놓고 하는 것 같아 옷을 벗고 집중하고자 했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잘했다. 내가 옷을 벗었다고 선수들이 이겼겠나. 옷을 벗고 안 벗고를 떠나서 가끔은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키워줄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비록 1세트를 내줬지만, 기업은행 2~3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승리할 수 있는 발만을 잘 만들었다. 때문에 김호철 감독은 산타나를 계속해서 투입하며 욕심을 냈고, 첫 승으로 이어졌다. 김호철 감독은 "스타트가 좋지 않았는데, 선수들에게 부담을 갖지 않고 편하게 하자고 했다"며 "산타나는 1~2세트만 생각했는데, 욕심이 나서 끝까지 넣었다"고 설명했다.

김호철 감독은 여자부에서는 처음, 남자부를 포함하면 약 7년 만에 정규시즌에서 승리를 맛봤다. 그는 "1승을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가 싶다. 여자부를 맡으니 1승이 이렇게 힘이 드나 하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앞으로 잘 봐주십시오, 앞으로 잘할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오는 18일 페퍼저축은행과 맞붙는다. 페퍼저축은행은 현재 18연패에 빠져있다. 김호철 감독은 "광주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보다 힘들어하시는 분이 김형실 감독님일 것이다. 연패가 길어지면 선수나 감독 모두 착잡하다. 배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IBK기업은행이 15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1-25 28-26 25-19 22-25 15-12)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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