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기만하고, 배성재 이용한 '골때녀'…이대로 방송강행?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사흘 사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혁신적인 예능에서 시청자를 기만한 조작 예능으로 추락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에서는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빅매치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는 스코어가 3대0→3대2→4대3→6대3으로 치열하게 바뀐 끝에 FC구척장신이 최종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방송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경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네티즌들은 김병지 감독의 앉은 위치, 물통의 갯수, 중계진의 멘트 등을 분석해 전반 5대0에서 후반 6대3으로 가볍게 끝난 경기를, 긴장감 넘치게 편집하기 위해 골이 들어간 순서를 제작진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4대3'이라는 방송 자막과 달리 화면에 잡힌 점수판에는 '4대0'이라는 스코어가 쓰여있었다는 점이 의혹을 더했다.

그리고 의혹은 사실이 됐다. '골때녀' 제작진은 24일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편집 조작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하였다. 저희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사과문 하나로 끝날 일은 아니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 등을 통해 민원을 제기했고,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조작을 묵인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던 배성재 전 아나운서가 이번 조작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것이 드러나며 분노는 더욱 커졌다.

배성재는 24일 트위치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다. 오늘 새벽 제가 커뮤니티에서 조작이 아니냐는 글을 봤다. 저는 본방송을 못 본 상태였다"며 "그 글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제가 기억한 스코어와 달랐고, 제 목소리가 들어있었다. 그제서야 새벽에 본방송을 보고 일이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고, 제작진에게 연락을 했다. 제작진이 오전에 인정을 했듯이 골 순서를 편집하는 건 사실이다. 당연히 제작진이 사과해야 할 부분"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저와 (이)수근이 형의 목소리가 그 스코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이야기했다. 제 목소리가 들어갔고, 그게 제가 녹음한 게 맞다. 사후 녹음이라고 한다. 추가 녹음은 각 잡고 하는 게 아니다. 작가 혹은 막내 PD가 쪽지 같은 걸 들고 와 읽어달라고 한다. 저희는 예고에 쓰이는지, 본방송에 쓰이는지, 언제적 경기인지 모르고 보이 대로 기계적으로 읽게 된다. 편집 조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거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배성재는 당시 경기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제가 기억하는 그 경기의 초반 스코어가 4대0이었다"라며 "그다음에 4대3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제가 멘트한 4대3이 있고, 실제로 4대3처럼 편집이 되어있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5대3이 맞고 그다음 6대3이 돼서 경기가 끝난 건 사실이다"라며 경기를 회상했다.

이어 "그 멘트를 녹음한 것이 맞지만, 그게 거기에 쓰인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상태로 갖다 준 것을 읽게 됐다. 그걸 뇌를 거치지 않고 읽은 건 저의 뼈아픈 실수다. 제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너무나 충격적이다. 누굴 비난하고 싶은 이런 생각 자체도 없고, 아무 말씀도 못 드리겠다"며 방송을 종료했다. 방송 중 배성재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까지 향후 방송 여부에 대한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황, '골 때리는 그녀들'이 추가적인 조치 없이 이대로 방송을 이어가게 될 지 시청자들은 SBS의 대처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SBS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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