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중간평가…KIA 253억원·LG 175억원·NC 164억원 '위너', 롯데·키움 '안습'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1명이 877억원을 받아냈다. 사상 최초 1000억원 돌파를 예약했다. 역대 KBO리그 FA 시장 최고의 돈잔치다.

2016~2017년의 766억2000만원을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희비는 엇갈렸다. 최대승자는 단연 KIA다. LG와 NC도 위너라고 볼 만하다. 삼성, 한화, 두산, KT, SSG도 절반의 성공 혹은 나쁘지 않은 결과다. 반면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롯데는 명확한 패자 혹은 '안습'이다. 키움 역시 패자가 될 위기다.

결국 돈이 말해준다. KIA는 FA 최대어 나성범을 6년 150억원에 붙잡았다. NC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이적은 없을 듯했다. 아니었다. KIA는 FA 개장일(11월26일) 당일 0시에 장정석 단장이 직접 나성범에게 전화를 걸어 관심을 표명, 약속을 잡았다. 장 단장은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 첫 출근해서 업무보고를 받고 곧바로 창원으로 이동해 나성범을 만나는 '광폭행보'를 했다. 결국 나성범은 NC와 거리두기를 한 끝에 역대 최고금액 계약을 체결했다.

KIA는 양현종과도 파열음이 있었지만,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4년 103억원 조건이다. 역대 투수 FA 최고금액이다. 양현종이 원하는대로 보장금액(계약금+연봉 55억원)이 옵션(48억원)보다 많게 설계했다. 대신 계약총액이 조금 줄어들었고, 옵션의 난이도도 올라갔다.

KIA는 나성범과 양현종에게 253억원을 투자하며 맷 윌리엄스 전 감독 시절의 실패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장정석 단장은 "든든한 두 개의 심장"이라고 했다. 김종국 감독도 "투타 기둥이 새롭게 짜여졌다. 팀 전력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라고 했다.

LG도 승자다. 김현수를 4+2년 115억원에 사실상 종신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박해민을 4년 60억원으로 깜짝 영입하며 국대 외야진을 구축했다. 박해민과 홍창기로 리그 최강 테이블세터를 구성, 올 시즌 떨어진 득점력을 보완할 태세다.

NC의 행보는 KIA, LG와 약간 결이 다르다. '분노의 현질'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돋보이는 건 재빠른 플랜B 가동이다. 나성범 영입전서 KIA에 밀릴 것이라고 냉정하게 판단, 재빨리 박건우에게 접근해 나성범 계약보다도 먼저 발표해버렸다. 6년 100억원을 안기며 확실하게 대우했다. 또 다른 수준급 외야수 손아섭도 4년 64억원에 잡았다. 150억원짜리 S급 선수를 못 잡았지만, 단 14억원을 더 투자해 국대급 외야수 두 명을 영입했다. 당당한 승자다.

삼성, 한화, 두산, KT, SSG도 나쁘지 않다. 삼성은 박해민을 빼앗겼지만, 강민호를 4년 36억원, 백정현을 4년 38억원에 붙잡았다. 두 명에게 투자한 74억원이 검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박해민의 보상선수로는 포수 김재성을 영입하며 국대급 안방을 구축했다.

한화도 최재훈과 5년 54억원에 1호 FA 계약을 체결하며 최소한의 움직임을 가졌다. 추가 영입에 나서지 않은 게 약간 의문이지만, 전력이 더 내려가지는 않았다. 두산도 박건우를 내줬으나 김재환에게 4년 115억원을 안겼고, 박건우의 보상선수로 NC 주전 1루수 강진성을 데려오는 기민함도 선보였다. KT도 우승포수 장성우를 4년 42억원에 붙잡았다.

SSG는 판을 크고 멀리 내다봤다. 이번 FA 시장에는 참전하지 않았으나 2022-2023 예비 FA 박종훈(5년 65억원)과 문승원(5년 55억원)을 1년 빨리 붙잡았다. 올 시즌 외야수 OPS 2위 한유섬과도 연장계약을 논의 중이다.

롯데는 패자다. 최근 모기업의 경영개선작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FA 협상 및 계약과 무관한 일이긴 하지만, 일단 손아섭 영입전서 NC에 패했다. 알짜배기 FA 정훈도 아직 붙잡지 못한 상황. 롯데로선 정훈이라도 잡아야 전력 손실을 최소화한다.

키움도 패자가 될 위기다. 유일한 내부 FA 박병호와 12월에 딱 한 번 만났고, 내년 1월에 만나기로 했다. 모기업이 없는 유일한 구단답게 외부 FA는 고사하고 내부 FA를 붙잡는 것도 쉽지 않다. FA 광풍은 남의 얘기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박병호에게 접촉한 타 구단이 있다. 느슨한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키움은 박병호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나성범과 양현종(위), 김현수와 김재환(가운데), 박건우와 손아섭(아래).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NC 다이노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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