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푸이그? 3년 전 로저스 학습효과…'덕아웃의 힘'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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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때도 큰 문제 없었다."

야시엘 푸이그(31)의 천방지축 혹은 다혈질 성격이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올랐다. 키움은 작년부터 도미니카, 멕시코를 전전하던 푸이그를 주시해왔다. 운동능력이 '찐'이라고 믿고, 허약한 키움 타선을 업그레이드 할 적임자라고 봤다.

고형욱 단장이 직접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푸이그의 경기를 보면서 또 한번 확신했다. 푸이그와 그의 에이전트를 만나 100만달러 풀베팅을 했고, 마음을 얻어냈다. "키움에서 우승하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라"는 고 단장의 강력한 유혹이 있었다.

푸이그의 야구에만 집중한 게 아니다. 키움은 푸이그 특유의 유별난 과거, 성격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아봤다. 고 단장은 "얘기해보니 결혼도 하고 달라졌더라. (천방지축, 사고뭉치 성격은)옛날 얘기다. 성숙해졌다"라고 했다.

야구는 개인스포츠이면서 단체스포츠다. 선수 한 명의 돌출 행동이 팀 케미스트리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키움 뿐 아니라 몇몇 타 구단도 푸이그에게 관심은 있었다. 그러나 천방지축 성격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 실제 영입전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키움은 걱정하지 않는다. 알고 보면 가장 최근에 또 다른 악동,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에스밀 로저스와 함께 한 경험이 있다. 로저스는 2015~2016년 한화를 거쳐 2018년에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13경기서 5승4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당시 3월24일 개막전서 친정 한화를 만나 사고를 쳤다. 1사 3루 위기서 이용규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한 뒤 홈으로 파고들던 최재훈마저 횡사하며 이닝이 끝났다. 이때 로저스는 최재훈에게 다가가 머리를 글러브로 가볍게 내리쳤다. 양성우를 견제사 처리한 뒤 두 손가락으로 양성우를 가리키는 등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 당시 키움은 한화의 공식 항의를 받았다. 사령탑이던 장정석 KIA 단장이 한화에 사과했다. 로저스는 KBO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역시 한화와 야구 팬들에게 사과했다.

로저스는 이 일이 있고 나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6월3일 잠실 LG전서 김현수의 타구를 맨손으로 처리하다 손가락 복합 골절 진단을 받고 갑작스럽게 키움을 떠났다. 당시 수비코치를 역임한 홍원기 감독도 9일 전화통화서 "투수조에서 걱정을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홍 감독은 "중남미 선수들이 개인주의 사고방식이 있긴 하다. 한국야구의 문화와 안 맞는 부분도 있다"라면서도 "로저스는 좋은 선수였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과해 벤치클리어링도 했지만, 승부욕이 강했을 뿐 다른 선수들을 무시하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키움 특유의 젊은 선수들의 활기찬 덕아웃 분위기에 잘 적응했다. 그만큼 키움 선수들이 로저스의 적응을 잘 도왔다. 이미 한화에서 2년간 뛰며 한국 문화를 알고 있기도 했고, 키움 선수들의 진심에 로저스도 마음을 열었다.

쿠바 출신의 푸이그도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로저스와 같은 중남미 출신이다. 홍 감독은 "푸이그가 LA 다저스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같이 뛸 때 덕아웃에서 장난도 많이 쳤다. 한국 특유의 정이 있지 않나. 우리 선수들이 친근감을 가지고 다가가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현재 키움에선 3년 전 로저스를 겪어본 선수가 많다. 푸이그도 성숙해졌고, 키움 선수들은 학습 효과를 발휘할 준비가 됐다. 무엇보다 푸이그는 다시 메이저리그로 가기 위해 한국에서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됐다. 현재로선 우려하는 돌출 언행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푸이그의 다저스 시절(위, 아래), 로저스의 키움 시절(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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