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이었는데…" 고형욱 키움 단장, '악동' 어떻게 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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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무작정 찾아갔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키움은 9일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출신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를 새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다"며 "총액 100만 달러(약 12억원)에 2022시즌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푸이그는 지난 2012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고 빅 리그에 입성했다. 푸이그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한솥밥을 먹는 등 LA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총 7시즌 동안 뛰며 861경기에 출전해 834안타 132홈런 타율 0.277 OPS 0.823의 성적을 거뒀다.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일으킨 문제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 차질이 생겼다. 다혈질 푸이그는 그라운드 내에서 숱한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했고, 필드 밖에서는 성폭행 혐의로 '논란'의 대상에 올랐다. 덕분에 '악동'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푸이그는 빅 리그 재진입을 위해 멕시코와 도미니카공화국 리그에서 뛰며 선수 생활 연명에 힘썼다. 특히 올해 멕시코 리그에서는 62경기에 나서 64안타 10홈런 43타점 37득점 타율 0.312 OPS 0.926을 기록했다. 팀 내에서는 알렉시 아마리스타(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이어 가장 성적이 좋았다.

키움은 신시내티와 클리블랜드에서 뛰었던 2019시즌 970만 달러(약 113억원)을 받았던 푸이그를 어떻게 100만 달러에 잡을 수 있었을까. 푸이그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풀타임' 시즌을 치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최근 도미니카 현지에 가 있었는데, 푸이그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푸이그가 첫 경기를 뛰기 전 대기하고 있는 시간에 무작정 찾아갔다. 그리고 한국에서 뛸 생각이 없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고 푸이그와 첫 만남을 가진 날을 떠올렸다.

2019시즌 이후 이렇다 할 리그에서 뛰지 못했던 푸이그도 키움의 제안이 '솔깃'했다. 고형욱 단장은 "푸이그도 2019년 이후 제대로 된 리그에서 뛴 적이 없어서 풀타임 활약을 하고 싶어 하더라"며 "이후 푸이그와 점심 약속을 잡았고, 세 시간 정도의 미팅 시간을 가졌다.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키움은 푸이그를 보기 위해 도미니카공화국을 방문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푸이그의 도미니카행 소식에 키움은 그의 마음을 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키움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와 강정호, 김하성과 현재 팀에서 뛰고 있는 이정후, 김혜성, 안우진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 영상을 제작해 보냈다. 그리고 KBO리그의 응원 문화가 담긴 홍보 영상도 푸이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고형욱 단장은 "정말 무작정 찾아갔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정말 적극적으로 푸이그에게 어필했다. 여러 영상도 제작할 만큼 공을 들였고, 쫓아다니고, 이메일과 전화도 계속해서 했다"며 "국내 타 구단에서도 푸이그에게 어필을 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현지에서 직접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이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밝혔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이제는 팀에서 잘할 수 있게 서포트하는 일만 남았다. 고형욱 단장은 "한국에서 푸이그가 잘할 수 있도록 KBO리그 투수들의 영상을 준비할 것이다. 와서 잘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야시엘 푸이그. 사진 = AFPBBNEWS]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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