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외압·3연(緣)도 버텨낸 KIA 감독 선임...헛물켠 해태 선배들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KIA 타이거즈가 일요일 오후 1시 차기 감독을 기습 발표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외압(外壓)이 있었다. 감독 선임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로비와 압력은 더 강해졌다. 혈연-지연-학연도 외압과 로비의 변수로 작용했다.

KIA 타이거즈가 ㅈ난 5일 오후 1시에 제10대 신임 감독으로 김종국(48) 수석코치를 전격 발표했다. 이례적이다. KIA 타이거즈는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이다. 그런데 5일은 일요일이었다.

KIA 타이거즈가 왜 일요일 오후에 감독을 발표했을까? 많은 추측이 가능하고 여러 얘기가 오갔지만 결론은 더 이상 외압이나 로비 학연 지연 혈연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전통의 명문 구단, KIA 타이거즈의 단호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에는 누군가가 계속 움직이면서 그룹에 로비를 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했다.

올 시즌을 9위(58승76패10무),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마친 KIA는 11월1일 전격적으로 외국인 감독 맷 윌리엄스(56)를 경질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김병현의 동료 3루수였고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스타 출신이자 감독으로서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거물급이었다.

KIA 타이거즈가 2년 여 전인 2019년 10월 맷 윌리엄스와 3년 감독 계약을 발표했을 때 KBO리그도 놀랐다. 그가 한국프로야구 지도자를 맡았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KBO리그에 새로운 야구를 전파하겠다는 의지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당시 맷 윌리엄스 감독 선임 당시 KIA 타이거즈가 학연 지연 혈연과 무관하게 팀을 이끌 지도자로 외국인 용병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무엇보다 선수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한국야구의 현실과 멀었다. 올 시즌 개막 준비를 하면서 훈련을 자율에 맡기는 등 기본에 대한 절실함이 부족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두터운 선수층으로 감독은 경기 운영만 하면 되는데 KIA 타이거즈에서는 선수 육성까지 맡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단호했다. 40년 프로야구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감독은 물론 대표이사와 단장 동시 교체를 단행했다.

그리고 경질과 동시에 최준영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해 구단의 현황 파악과 미래 계획에 나섰다.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 출신의 장정석 해설위원을 한달에 가까운 고민 끝에 단장으로 영입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 김종국 감독을 선임했다.

그룹사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최준영 KIA 타이거즈 대표이사는 가장 먼저 현재 야구단의 인력과 역량, 문제점 등을 깊게 파고 들어갔다.

대표이사 부임 초기 ‘단장과 감독을 빨리 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었으나 지나간 과정과 현안, 그리고 현재 KIA의 현실, 구성원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판단을 내리고 긴 시간을 투자했고 이제야 마무리하고 이제야 내년 시즌 목표 설정에 들어갔다.

[김종국 감독. 사진=기아타이거즈 제공]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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