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팀에 '좋게' 남고 싶다"…알짜배기 '가성비 갑' FA의 진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솔직히 남고 싶다. '좋게' 남고 싶다."

정훈은 2021-2022 FA 시장에서 알짜배기, '가성비 갑' FA로 분류된다. 만 34세의 신규 FA다. C등급이다. 심지어 올해 연봉이 단 1억원이었다. 타 구단이 정훈을 영입하면 롯데에 보상선수 없이 1억5000만원만 내주면 된다.

한 마디로 9개 구단이 '부담 없이' 지를 수 있는 외부 FA다. 보상선수를 주지 않아도 되지만 보상금만 22억5000만원에 이르는 박병호와 천지차이다. 더구나 정훈은 내야수지만 외야수비까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2년 연속 타율 2할9푼대에 OPS 0.8을 넘겼다. 극단적인 어퍼스윙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방식을 고수했고, 결과로 증명했다. 이제 구단 선택의 자유를 누릴 시간. 4일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서 만난 정훈은 "롯데 운영팀장님을 만나 고기 한번 먹었다. 고생했다고 하시더라"고 했다.

정훈은 2010년 입단 후 한동안 주목 받지 못한, 평범한 선수였다. 데뷔 12시즌만에 FA 자격을 얻은 것 자체가 감격이다. 그는 "힘들어도 버티며 여기까지 왔다. 내 자신에게 대견하다.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는데, 아직 와 닿는 건 없다. 덤덤하다"라고 했다.

계약은 당연히 에이전트에게 일임했다. 그런데 롯데든 어느 구단이든 계약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관련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2022시즌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 아니면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자꾸 생각날 까봐 그렇다"라고 했다.

FA 계약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드러냈다. 정훈은 "롯데에 남고 싶다. 사실 '좋게' 남고 싶다"라고 했다. 친정을 향한 애정은 당연하지만, 12년간의 퍼포먼스를 '금액'으로, 제대로 인정 받고 싶다는 의미.

FA 대박은 모든 프로스포츠 선수의 꿈이다. 정훈도 그렇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도 (FA 대박을 친 뒤) 가족에게 좋은 걸 해주고 싶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 이번 FA는 내 야구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좋은 대우를 받고 싶은 건 당연하다"라고 했다.

물론 "내 생각대로만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초반 페이스에 비해 후반에 다소 떨어진 부분이 아쉬운 것을 빼면 나머지 수치들은 만족한다"라고 했다.

최고참 이대호에게도 조언을 들었다. 정훈은 "대호 형에게 연락을 많이 하는 편인데, 편하게 해주려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잘 될 거니까 운동이나 잘 하고 있어라'고 했다. 육아도 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에 들어갔다"라고 했다. 결국 1차적으로 롯데가 정훈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가 관건이다.

[정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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