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이 "'쇼미9' 뒤 찾아온 번아웃, 낯설고 두려웠다" [MD인터뷰] (종합)

[마이데일리 = 오윤주 기자] "사람들이 변했다고 생각할까봐 두려웠어요."

29일 케이블채널 엠넷 '쇼미더머니9' 이후 1년 만에 첫 EP '업타운 걸(UPTOWN GIRL)'로 돌아온 미란이를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났다.

'업타운 걸'에는 미란이가 화려한 변화와 혼란, 그 사이에서 겪었던 감정들이 녹아있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쇼미더머니9'와 히트곡 'VVS'로 음악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꼭 1년 안에 앨범을 내고 싶었다는 미란이의 소원이 이뤄졌다.

후련한 마음도 있지만 걱정이 앞섰다. 그는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봤어요. 제 이름을 걸고 앨범을 꾸리면서 새로운 도전도 많이 했는데, 일단 장르의 범위가 넓어졌어요. 가사도 예전엔 가난에 대해 얘기를 했다면 이번엔 플렉스 하는 노래도 있고요. 팬분들이 새 앨범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움이 컸어요"라고 말했다.

"많은 것들을 갖게 됐지만 '잃어버리진 않을까'하는 부담감·조급함 있었죠."

"7월에 앨범 준비를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멘붕'이 왔어요. 옛날엔 나를 봐주는 사람도 많이 없어서 마음대로 곡을 쓸 수 있었는데 이젠 아니니까요. 한 달 내내 한 자도 못 쓴 채 '손가락질 받지는 않을까',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며 틀에 갇혀 갔어요. 사실 대중들은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저 혼자 두려워한 거예요. 원했던 삶을 살고 있는데 멋진 음악 하나도 못 만들고 있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났어요. 이때 쓴 곡이 수록곡 '지겨워서 만든 노래'에요. 이 노래를 기점으로 번아웃이 많이 해소됐어요."

지난 8월부턴 자취를 시작했다. "바쁜 스케줄 뒤 집에 오면 외롭다는 걸 예전엔 이해 못 했는데, 저한테도 그런 게 왔어요. 가수 생활에 적응하면서 외로움이 생긴거죠. 낯선 것들도 많은 데다가 제 친구들은 다 회사원이라 퇴근하면 자고 있어서 말할 사람도 없었어요. 갖게 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나 조급함도 저를 많이 괴롭혔던 것 같아요."

유독 가사에 가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미란이는 이제 '플렉스'를 노래한다. 경제적인 변화로는 "어느 순간 가사를 쓰는데 가난에 대한 내용이 없었어요. 그럴 때 느끼기도 하고, 절친들이 놀러 와서 집을 보고 감격했을 때나 배달비 안 보고 먹고 싶은 토핑을 추가하며 마음대로 음식을 시킬 때 문득 깨달아요. 최근에는 OLED 65인치 TV를 샀어요. 좋더라고요"라며 미소지었다.

'쇼미더머니9' 이후 달라진 일상에 대해서는 "간절하게 꿈꿨던 그림 속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미란이는 "원하는 사람들과 작업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에 나가는 등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이뤄져서 좋지만 혼란스럽기도 했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라이브 방송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데, 도대체 팬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아직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피부로 느끼면서 한 적이 없어요. 평소에 하나도 안 꾸미고 다니니까 절 잘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미란이는 이번 '업타운 걸'을 통해 얻고 싶은 성과로 "'이 아티스트 기대된다'라는 반응, 그거 하나면 충분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티스트로서 좋은 첫발이 됐으면 좋겠어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게 저의 목표에요."

미란이의 첫 EP '업타운 걸'은 이날 오후 6시 발매된다.

[사진 = @AREA 제공]

오윤주 기자 sop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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