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은 "기대치 없었다" 했지만…갑툭튀 신인 반전 "인상적인 타자 없었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크게 인상적인 타자는 없었다."

SSG 류선규 단장은 최근 전화통화서 웃으며 "기대치가 없었죠"라고 했다. 류 단장 뿐 아니라 김원형 감독도 처음에는 같은 생각 아니었을까. SSG 신인 사이드암투수 장지훈. 비록 29일 발표될 신인왕에선 주인공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2차 4라운드 38순위로 입단했다. 줄곧 타자만 하다 동의대 2학년 때 타율 0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투수를 시작했다. 반전드라마 시즌 1의 서막이었다. 정대현 투수코치에게 사이드암의 ABC를 배웠고, SSG에 입단해 조웅천 코치로부터 사이드암 투수의 생존법을 전수 받았다.

60경기서 2승5패1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3.92. 기대이상의 대활약이었다. 개막 당시에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2군 신인이었다. 그러나 1군 추격조로 모습을 보이더니 점차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롱릴리프를 거쳐 필승계투조로 자리매김했다. 마무리투수의 등판이 여의치 않은 날에는 세이브까지 따냈다.

장지훈은 지난 18일 마무리훈련 중인 SSG 랜더스필드에서 "그래도 3연투는 한 번도 없었다"라고 했다. 시즌 3분의 1이 넘는 경기에 나섰지만, 나름대로 철저한 관리를 받은 끝에 성공적으로 루키 시즌을 마쳤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열심히 했다. 컨디션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경기 전에 스트레칭도 많이 하고, 치료도 받으면서 등판했다. 안 좋을 때는 스트레칭을 더 많이 했다. 언제 어떻게 나갈지 알아도 그 상황 자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불펜에서 던지는 공의 개수를 줄였다"라고 했다.

특급불펜으로 살아남는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팔이 늦게 풀리는 스타일이었지만, 체질도 바꿀 정도로 적응했다. 장지훈은 "형들이나 코치님들이 불펜 투수의 노하우를 알려주셔서 루틴이 새롭게 생겼다. 시즌 막판 급한 상황에선 서서 캐치볼만 하고 올라가기도 했다. 여유 있어도 15개만 던지면 몸이 풀린다"라고 했다.

73kg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78~80kg 수준으로 찌웠다. 장지훈은 올 겨울에 83~84kg까지 늘릴 계획이다. 벌크업을 통해 공에 좀 더 힘을 실을 수 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어떤 역할이든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절친 최민준과 함께 지내다 최근 독립했다. 장지훈은 "급하게 시즌 준비를 한다고 좋아지는 건 아니다. 단, 구종 추가보다 지금 있는 구종(주무기 체인지업)을 더 좋게 하려고 한다. 적응력이 좀 빠른 것 같긴 하다. 조웅천 코치님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세세하게 잘 알려주셨다. 체인지업도 던지긴 했지만, 조 코치님이 포인트를 알려주시니 더욱 감이 잡히는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장지훈도 아깝게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SSG의 2021시즌이 아쉽기만 하다. "한 경기만 잘 해도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지나간 건 지나간 것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 내 생각에는 우리 팀이 내년에 훨씬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뭔가 내년에 이룰 것 같다"라고 했다.

다른 팀들의 가을야구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장지훈은 "궁금해서 TV를 켜보긴 했는데 '이걸 굳이 봐야 하나' 싶기도 했다. 또 궁금해서 결과는 찾아보고 그랬다. 내가 직접 가을야구를 해보고 싶다. 마지막 경기에 관중이 많이 오셨는데 더 재미 있었다"라고 했다.

장지훈이 조용히 반전드라마 2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올해 별로 인상적인 타자는 없었다. 컨택 좋은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잘 안 속긴 해서 조금 힘들 뿐이었다. 내가 정확하게 던지면 된다"라고 했다.

[장지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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