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년 류현경 "성장하는 재미가 원동력, 앞으로 어떤 흐름 생길지 기대돼" [MD인터뷰②] (창간 17주년)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배우 류현경(38)은 지난 25년 동안 누구보다 바삐 움직였다. 열네 살에 데뷔한 드라마 '곰탕'(1996)부터 첫 주연 영화 '물 좀 주소'(2009), 드라마 '심야병원'(2011),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2014) 등 매해 드라마, 영화, 연극을 오가며 새로운 얼굴을 끄집어냈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그는 폭넓은 창작 활동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세상에는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복합 다면적이기 때문에 함부로 판단하고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매 순간 작품을 하면서 느끼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사람과 그들의 삶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그게 정말 소중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본업 외에 '부캐'인 감독으로도 일찍이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중3 때 연출과 연기를 겸한 '불협화음'은 EBS '네 꿈을 펼쳐라'에 방영됐고 자신의 연애담에서 출발한 '광태의 기초'(2009)는 충무로국제영화제와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됐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작품 '날강도'(2010)는 미쟝셴 단편영화제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그는 감독으로서 차기작 계획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최근에 제가 쓴 일기와 글들을 모아보니 계속해서 이야기를 썼더라고요. 아직 계획은 없지만 어떤 이야기가 절실히 하고 싶어질 때쯤 세상에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전주국제영화제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첫 주자로 선정되며 색다른 행보에 나섰다. 당시 고른 영화는 직접 출연한 '아이'(2021), 배종대 감독의 '빛과 철'(2021),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 등 총 8편. 그중 '아이'는 류현경의 필모그래피에 방점을 찍는 영화다. 그가 맡은 싱글맘 영채는 결핍과 자기혐오로 점철된 인물이지만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과의 교감을 통해 상처로 가득한 세상 속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류현경은 6개월 된 아이를 향한 엄마의 애틋함과 비관이 뒤섞인 영채를 탄탄한 감정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함께 만들어나가는 마음을 강하게 느낀" 영화 '전국노래자랑'(2013) 이후 다양한 작품에 참여한 그는 "'평생 연기하겠다고 생각한 건 오만한 마음 아닐까?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신나는 일 맞을까?'하고 의심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런 의구심을 거두게 해준 것이 바로 '아이'다. "그때 '아이'라는 작품을 만났고 '더 이상 의심하지 말아야지. 나는 현장에 있는 것이 그리고 평생 연기를 하는 것이 정말 간절한 사람이구나'라고 깨달았"단다.

'아이'가 "참 고마운 작품"이라면 영화 '신기전'(2008)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원동력이다. 그는 '신기전'에 대해 "처음으로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다는 큰 꿈을 품게 만들어줬다"라며 "'신기전'을 찍고 난 후에는 연기를 하며 카메라 앞에서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어서 솔직하게 마음을 담아 인물을 표현하는 행위 자체가 좋고 즐겁다고 느꼈다. '현장에 있는 것, 그것이 내게는 항상 신나는 과정이구나. 평생 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부연했다.

겉보기엔 완벽한 베테랑이지만 과거 인터뷰에서 "완성품이 아닌 느낌"이라고 고백한 그에게 "이젠 스스로 '완성품'이라 느끼느냐"라고 물으니 "'완성형 인간'이 존재할까"라며 "스스로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고 성장하는 재미와 기쁨으로 살고 있다. 그것이 삶의 동력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써온 다이어리는 그저 일정을 적어두기 위한 용도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문장을 쓰게 되고 오늘을 표현하는 스티커를 찾아 붙이기도 하고 감사했던 일을 적기도 하면서" 어느새 속마음을 오가는 통로가 됐다. "부담없이 마음속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어서 기분도 좋고 나중에 다시 봐도 '아, 이때 이런 일이 있었지', '이런 감정이었지' 하고 되돌아볼 수 있어서 참 소중합니다."

배우 겸 감독 조은지의 첫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 '장르만 로맨스'(2021)에서는 혜진으로 분해 관객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류현경이 향후 보여줄 연기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내년에는 또 어떤 작품을 하게 되고 어떤 역할이 제게 주어질지, 또 어떤 흐름이 생길지 저도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라며 "어쨌거나 제게 주어진 것들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잘 쌓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사진 = 프레인TPC,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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