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70억' 8년이 지나도 안 깨진다…KBO 역대 최고 2루수의 위엄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FA 신청 자격 요건을 갖춘 LG 2루수 서건창(32)이 결국 'FA 재수'를 선택했다. KBO가 25일에 공시한 FA 승인 선수 명단에는 서건창의 이름이 없었다. 서건창이 FA 권리를 포기하면서 결국 이번 FA 시장에는 '2루수'라는 카테고리가 사라졌다.

이로써 역대 FA 2루수 계약 최고액 기록은 8년이란 시간이 지나도 깨지지 않게 됐다. 그 기록은 KBO 리그 역대 최고의 2루수로 꼽히는 정근우(39)가 갖고 있다. 정근우는 지난 2013년 겨울, SK(현 SSG)를 떠나 한화와 4년 70억원에 전격 계약을 맺었다. "한화를 활기찬 팀으로 만들겠다"는 약속과 함께.

한화는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달인'인 김응용 감독을 모셔오고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FA 시장에서 '풀베팅'을 했다. 정근우에게 70억원이란 거금을 투자한 것도 모자라 이용규에게도 4년 67억원이라는 매머드급 계약을 안겼다.

정근우는 분명 거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SK 시절 통산 타율 .301에 1057안타 59홈런 377타점 269도루를 기록한 '악마의 2루수'였던 정근우는 한화 이적 후에도 타율 .307에 783안타 통산 61홈런 331타점 95도루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화와 4년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2+1년 35억원에 재계약을 맺기도 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한화의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 2차 드래프트로 LG 유니폼을 입기도 한 정근우는 프로 통산 타율 .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를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지금도 정근우는 KBO 역대 2루수 통산 최다 안타, 타점, 득점, 도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타점 기록은 정근우와 함께 통산 722타점을 기록 중인 안치홍이 내년 시즌에 깨뜨릴 가능성이 크다. 골든글러브 수상 경력은 3회(2006, 2009, 2013년).

그는 "악마의 2루수라는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든다"라고 했지만 사실 '국가대표 2루수'로 오랫동안 불리기도 했던 선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년 WBC, 2015년 프리미어 12에 이르기까지 그가 없는 대회가 없었다.

역대 FA 2루수 최고 금액인 정근우의 4년 70억원 계약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미 포수는 양의지(4년 125억원), 1루수는 이대호(4년 150억원), 3루수는 최정(6년 106억), 외야수는 김현수(4년 115억원), 최형우(4년 100억원) 등 100억원 시대를 열었지만 2루수는 아직까지 정근우의 계약 규모를 뛰어 넘은 적이 없었다.

최근에는 안치홍이 롯데로 이적하면서 2+2년 56억원에 사인했고 지난 해에는 최주환이 SSG 유니폼을 입으면서 4년 42억원에 도장을 찍었지만 정근우의 계약 규모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근우는 지난 해 11월 은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역대 최고의 2루수라는 평가가 있다"라는 말에 "맞습니다"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정근우.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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