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아니면서 김연경 처럼 행동한다"...한 배구인의 '뼈때리는 일침'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IBK기업은행의 주장과 코치의 무단이탈 사태를 지켜본 한 배구인이 말했다.“여자배구 선수들이 김연경이 아니면서 김연경처럼 행동한다.”

그러면서 '여자배구 선수들의 헛바람’이 결국 사고를 쳤다고도 비판했다.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IBK 주장 조송화와 코치 김사니로 인해서 벌어진 이번 사태를 되짚어보면 여자배구 전체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자배구의 인기가 남자배구를 웃돌자 선수들이 자만심을 갖기 시작했고 마치 자신들이 ‘스타’인양 행동했다는 것이다.

지난 도쿄올림픽때로 되돌아가보면 이해가 된다고 한다. 정말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배구는 잘 싸웠다. 사실 4강까지 갈 실력이 아니었지만 4강이라는 좋은 성과를 냈다. 칭찬받을 일이다. 12명이 전부 제몫을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스타가 없었다면 과연 4강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냈을까?

1000만 관객 영화가 있다고 가장해보자. 전 스태프가 고생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고 엑스트라가 있다. 자기들이 맡은 역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엑스트라가 주연이 되는 건 아니다. 스태프와 엑스트라의 고생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1000만 관객을 이끈 일등공신은 엑스타라와 조연이 아닌 건 명백한 사실이다.

여자배구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전부 자기 덕에 4강에 오르는 듯 행동했지만 사실 김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연경도 4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 후 선배로써 후배들을 감싸주기 위해 그 ‘공’을 후배들과 함께 나누었다. 그렇지만 후배들은 자기가 마치 김연경이나 된 듯 행동했었다.

아니라면 이제 남은 후배들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 김연경도 떠나고 김수지와 양효진도 국가대표를 은퇴했다.

도쿄올림픽 예선전에 뛰었던 이재영-다영은 국가대표에서 영구 제명됐다. 김연경 등을 포함하면 국대 주전급 5명이 모두 떠났다. 사실상 주전급에서 리베로만 남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첫 시험대가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어떤 배구인들은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배구는 메달을 딸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지금 사태가 터지기 전이다. 팀의 주축 선수들이 다 떠났고 프로배구판에 있는 선수들이 겉멋이 잔뜩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배구인은 김연경을 설득해야한다고 했지만 김연경은 떠나고 없다. 김연경이 잔류한다면 양효진이나 김수지도 다시 국대에 복귀할 수 있다고 그 배구인은 내다봤다.

사실 라바리니감독이 국가대표 팀을 떠난 것도‘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처럼 더 이상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기에 다른 팀을 구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라바리니 감독 뿐 아니라 누가 봐도 지금 남은 선수들 갖고는 올림픽 4강이 아니라 당장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 따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다.

비록 IBK기업은행에서 터진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 프로여자배구팀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많은 배구인들이 말한다.

여자배구 전체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선수들은‘미몽(迷夢)’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려야 할 때이다.

[김사니 코치. 사진=곽경훈 기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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