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술의 달인'도 버벅된 오류...3차전서 퀵 후크로 '역전 드라마' 쓸까?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두산 김태형감독이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1패 후 1승),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2승1패) 그리고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거두며 보여준 전략의 핵심은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였다.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허삼영 감독은 투수의 역할에 변화를 줬다. 1차전 뷰캐넌, 2차전 백정현, 3차전 원태인으로 3전2선승제 선발 로테이션을 짠 뒤 용병 좌완 마이크 몽고메리를 불펜으로 돌렸다. 결국 이러한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3차전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2연패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2경기를 지면 끝나는데 세번째 경기까지 대비한 것에서 빚어진 오류였다.

반면 선발 투수진에 구멍이 생긴 두산은 한국시리즈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다른 투수 운용 방식을 찾기 어려웠다. 정규 시즌 14승5패, 평균 자책점 2.33, 탈삼진 225개를 기록하고 있던 아리엘 미란다가 피로 누적으로 인한 통증으로 빠져있고 워커 로켓은 10월20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이미 출국했다..

김태형감독의 선택은 선발에 대한‘퀵 후크(Quick Hook)’였다. 이영하와 홍건희를 대기 시켜놓고 선발이 흔들리면 즉시 투입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준비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연승까지는 퀵 후크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정작 1위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는 김태형감독이 주저주저했다. 승부사가 설마 방심한 것은 아니겠지만 ‘슬로우(Slow)’ 모드가 됐다.

특히 2차전이 눈에 띄었다. 사실 1회초 공격에서 KT 선발 소형준이 흔들려 허경민 강승호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고 중심 타선인 3번 페르난데스로 연결됐을 때 김태형감독이 비록 1회지만 혹시 보내기 번트 작전을 펼치는 것 아닐까 궁금했다.

그러나 강공으로 갔다. 4번 타자가 김재환이었음을 고려하면 적어도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리며 소형준을 더 압박하지 않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지켜봤다. 결과는 페르난데스의 2루수 병살타였다.

두산 선발 최원준은 1회말 황재균에게 좌월솔로홈런을 허용했으나 4회까지 1실점으로 잘 버텼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맞이한 5회말 두산 수비다.

최원준은 하위타순인 8번 박경수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무사 1루 추가 실점 위기를 불러들였고 9번 심우준의 번트안타가 이어져 무사 1,2루가 됐다. 첫 번째 고민해볼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김태형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타자 조용호가 우전 적시 안타를 쳐 0-2로 뒤지며 다시 무사 1,2루가 됐다. 여기서 KT 이강철감독은 선제 홈런을 친 황재균에게 희생번트를 시켜 1사2,3루를 만들었다.

두산은 3번 강백호를 자동고의 사구로 진루시켜 1사 만루를 만들고 병살 플레이롤 노렸다. 두 번째 가능성이 높았던 투수 교체 타이밍이다.

그런데 김태형감독은 계속 최원준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유한준을 몸에 맞는공으로 밀어내기 점수차는 0-3, 호잉 밀어내기 볼넷으로 0-4가 되고 나서야 선발 최원준을 홍건희로 교체했다.

홍건희가 대기 하고 있고 최원준의 볼 컨트롤이 흔들렸음을 감안하면 빠른 투수 교체가 아쉬웠다.

1차전을 패배 2차전은 한국시리즈 우승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경기에 투수들을 쏟아 붓는 김태형감독의 단기전 승부 방식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하루를 쉰 뒤 17일 오후 6시30분 고척돔에서 두산의 홈 경기로 펼쳐지는 3차전부터 김태형감독이 어떤 투수 운용을 펼칠지 주목된다.

[사진=곽경훈 기자]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