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문소리, '주연상' 영예→이준익 '자산어보'·류승완 '모가디슈' 나란히 4관왕 [제41회 영평상](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설경구와 문소리가 '제41회 영평상'에서 남녀 주연상을 차지했다.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는 나란히 4관왕을 달성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에선 '제41회 영평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이 열렸다. '영평상'은 (사)한국영화평론가협회(제26대 회장 황영미)가 주관, 지난 1980년부터 매년 그 해의 우수한 영화 및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시상식.

이날 '최우수작품상' 수상의 영예는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자산어보'에게 돌아갔다. 여기에 '자산어보'는 '남우주연상'(설경구), '각본상'(김세겸 작가),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이준익 감독)까지 4관왕을 기록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선정 10대 영화 '영평 1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신작 촬영 스케줄로 인해 불참한 이준익 감독은 영상을 통해 "현장에 가서 직접 상을 수상했어야 하는데 촬영 중이라 참석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며 소감을 남겼다.

이어 "너무 큰 상이고, 특히 '자산어보'를 통해 받아서 더욱 기쁘다. 앞으로 더 좋은 영화 찍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모가디슈' 또한 류승완 감독의 '감독상' 수상에 '남우조연상'(허준호), '촬영상'(최영환 촬영감독), '음악상'(방준석 음악감독)까지 4관왕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류승완 감독은 "처음에 소말리아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이게 달나라 가서 찍는다는 거랑 뭐가 다르냐'라는 말을 들었었다. 실제로 정말 막막했다. 저 혼자였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만들었을 거다. 같이 한 동지들이 아니었으면 못했다. 현장에서 지랄맞게 구는데도 인상 한번 안 쓰는 배우분들,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린다. 또 이 영화가 사실 다른 회사에서 기획됐던 건데 제게 기회를 준 덱스터스튜디오의 김용화 감독님에게도 감사드린다"라고 공을 돌렸다.

이어 "'모가디슈'는 재작년 이맘때쯤 촬영했다. 아프리카에 도착했는데 추웠다. '아프리카가 왜 춥지?' 이때부터 잘못된 거 같았다. 아프리카인데 흑인 국가가 아니라, 배우들을 구하는데도 진짜 애먹었다. 현지에서 빗 장수를 섭외하는 등 연출부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그 고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 준 동지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저는 조금 더 괜찮은 영화를 만들어서 내년에 또 찾아뵙겠다"라고 전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 361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 뿐만 아니라 제94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설경구는 "연기를 하면서 평을 안 들었으면 하는 때가 많이 있었다. 넘어가면 안 되나, 그런 순간들이 꽤 있는데 '영평상'에 올 땐 (칭찬이) 부끄럽지만 감사드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산어보'는 제목만 보고 이준익 감독님에게 전화로 '자산어보'요? 뭐 어떻게 하라고요?'라고 했었다. 제목만 들었을 땐 암담했었다. 책장을 넘겨 보니 '여기 보물이 들어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책 제목과는 다르게 시나리오를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또 촬영장까지 차를 타고 먼 길을 갔어야 했는데 단 한 신을 찍으러 거기까지 왔던 많은 선배, 동료 배우분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뽀대' 나는 '영평상'에서 이렇게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그러면서 설경구는 "저도 내 후년이면 연기 경력이 30년이 되는데 뭔가 쌓이지도 않고 자꾸 숙제만 남는 게 저희 일인 것 같아서 늘 고민이 많다. 나이 먹었다고 장인이 되는 게 아니라 해결할 것만 자꾸 생기는 거 같고, 좀처럼 나아지는 거 같지 않다. 그런 고민을 계속하는 게 배우의 숙명인 거 같다. 그렇지만 계속 이 '뽀대' 나는 자리에 초대받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배우가 되겠다. 감사드린다"라고 털어놨다.

문소리는 '세자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공동 프로듀서까지 참여한 영화인데 상을 받아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함께한 김선영과 상을 같이 받아 더 좋다. 쟤처럼 연기 고민 많이 하는 배우는 못 본 거 같다. 그래서 늘 작품 할 때마다 '(김)선영이보다 조금 더 고민해야지' 생각하게 되는데, 아직까지도 좋은 자극을 주는 좋은 친구다. (장)윤주도 생각이 난다. 윤주도 상 받아 마땅한 연기를 보여줬다. 모든 출연진이 너무 좋은 연기로 영화를 꽉 채워졌다. 이를 이끌어가준 이승원 감독님에게도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특히 문소리는 "제 영화 인생의 처음을 같이 한 설경구 오빠와 나란히 받게 되어 기쁘다. 오빠도 연기 고민이 많다니, 옛날보다 나아졌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멋있게 혼자 고민한다. 우리 곱게 잘 늙어서 '오아시스'(2002)에서 못다 한 멜로를 20년 뒤에 함께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재치 있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조연상' 수상자로는 '모가디슈' 허준호, '세자매' 김선영이 호명됐다.

허준호는 "뒷바라지해주는, 제 보물들 가족들과 팬클럽 여러분 감사드린다. 같이 밥을 먹는 식구들인 동료들, 배달 음식 말고 식당에서 제가 한번 모시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옛 추억이 있는 류승완 감독님이 오랜만에 절 불렀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만난 첫 만남에서부터 신의가 들었다.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대표 등 외유내강 이 팀은 정말 미쳤다. 이 팀을 만나서 저는 너무 행복했다. 현장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긴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이 팀에게 감사드린다. 제 농담을 모두 받아준 소품팀 막내까지 '모가디슈'에 다들 미쳐 있었고, 한 식구가 되어 있었다. 모든 '모가디슈' 팀에게 식사 대접을 하겠다. 이 기쁨을 오늘 하루만 즐기고 누리지 않고 더 발전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감사드린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선영은 "저희 영화가 투자가 잘 안돼서 개봉까지 2년, 3년 정도 걸렸다. 주연 문소리가 같이 공동제작을 해주셔서 만들어지게 됐다. 제가 이런 상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 '영평상'이 처음이라 너무 오고 싶어서 촬영 중임에도 졸라서 왔다"라고 감격에 젖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연기에 대해 엄청 고민이 많다. 과도기에 있고 많이 혼란스럽고 궁금한 것도 더 많아졌는데 답도 잘 모르겠는 그런 시점이다. 감사드리지만 어쨌든 아직도 혼란스러운데, 이 시기를 잘 딛고 더 좋은 연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감사드린다"라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 트로피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공승연, '메이드 인 루프탑'의 이홍내가 가져갔다.

예정된 촬영 일정으로 불참한 공승연은 영상을 통해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는 "막바지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이렇게 인사드리는 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라고 입을 뗐다.

이어 "'혼자 사는 사람들' 덕분에 좋은 일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다. 첫 영화라 두렵기도 하고 모든 것이 새로웠는데, 저를 끝까지 믿어주시고 도와주신 홍성은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린다. 감독님을 만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저희 같이 좋은 영화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다.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이 상의 무게만큼 진심을 담은 좋은 배우가 되겠다"라고 당차게 얘기했다.

시상 무대에 선 이홍내는 "'메이드 인 루프탑'을 찍기 전 '김조광수 감독님과 작업하면 배우가 다 잘 된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부담감이 굉장히 컸다. 근데 이렇게 상을 받아서, 부담감을 좀 덜 수 있게 됐다. 이 자리를 빌려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관객 여러분께 너무너무 가슴 깊이 고맙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꼭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히려 제가 '메이드 인 루프탑'을 작업하며 큰 위로를 받았다. 아주 특별한 영화다. 저는 앞으로 더 치열하게, 더 독하게 고민하면서 작품에 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신인감독상'은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의 차지였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영화 작업 중으로, 영상을 통해 "유아인, 유재명 두 배우에게 감사드린다. '소리도 없이'가 익숙하지 않은 톤을 가진 시나리오로 시작됐는데, 그럼에도 흥미롭게 바라봐주시고 재밌게 영상으로 담아주신 배우님들, 스태프분들 모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영화가 가진 모양새를 극장에서 새롭고 긍정적으로 봐주신 많은 관객분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상을 받고 나니 지금 쓰는 이야기들도 열심히 하면 또 영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 꼭 다음 영화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이하 '제41회 영평상' 수상자(작) 명단.

최우수작품상 = '자산어보'((주)씨네월드)

공로영화인상 = 배우 윤일봉

감독상 = 류승완 감독('모가디슈')

여우주연상 = 문소리('세자매')

남우주연상 = 설경구('자산어보')

여우조연상 = 김선영('세자매')

남우조연상 = 허준호('모가디슈')

신인감독상 = 홍의정('소리도 없이')

신인여우상 = 공승연('혼자 사는 사람들')

신인남우상 = 이홍내('메이드 인 루프탑')

기술상 = 정성진·정철민('승리호' 시각효과)

각본상 = 김세겸('자산어보')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 이준익 감독('자산어보')

촬영상 = 최영환('모가디슈')

음악상 = 방준석('모가디슈')

독립영화지원상 = 박윤진 감독('내 언니 전지현과 나'), 김미조 감독('갈매기')

신인평론상 = 평론가 정우성

영평 10선(가나다 순) = '내가 죽던 날', '모가디슈',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세자매, '소리도 없이', '승리호', '인질', '인트로덕션', '자산어보', 콜'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네이버TV 생중계 화면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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