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도쿄올림픽 데자뷰'...라팍 첫가을야구서 무너진 끝판왕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대구 유진형 기자]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이다. 도쿄올림픽 3.4위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 데자뷰였다. 6년 만에 가을야구에 등판한 오승환의 믿기 힘든 투구였다.

삼성 팬들은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처음 열리는 가을야구에 목말랐고 야구 열기에 흠뻑 취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하며 '삼성왕조'를 구축했던 삼성은 2015년 이후 6년 만의 가을야구다. 2015년 이후 긴 암흑기를 깨고 대구팬 들이 고대하던 가을야구에 진출한 삼성이다.

'삼성왕조'를 함께했던 돌부처 '오승환'은 이제 맏형이 되어 후배들을 이끌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의 첫가을 축제를 준비했다. 하지만 악몽 같은 결과였다.

9회초 2사 후 끝판대장 오승환이 등판하자 삼성 라이온즈파크는 함성에 휩싸였다. 6년 만에 삼성의 자랑 오승환이 가을야구에 등판한 것이다. 잘 던지던 우규민을 빼고 오승환을 등판 시킨 이유는 9회 2사 후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은 뒤 9회말 마지막 공격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오승환이 좋은 공을 던져준 뒤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등판을 시킨 것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투수 교체는 1차전 경기 결과를 확정지었다. 박세혁이 오승환의 2구째 직구를 우월 솔로포를 만들어내며 1루 두산 응원석을 열광했다. 그리고 김재호와 강승호에게 연속 안타를 친 뒤 가을 사나이 정수빈이 1타점 2루타로 4-3에서 6-3으로 만들었다. 9회말 구자욱의 홈런으로 한 점을 추격한 삼성은 거기까였고 4-6으로 삼성 라이온즈파크 첫가을잔치에 패배했다.

충격과 침묵에 빠진 삼성 팬들 앞에 오승환이 완전히 무너졌고 고개를 숙였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마무리 투수를 맡은 오승환은 마지막에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6-5로 앞서던 8회초 등판해 0.1이닝 만에 2점 홈런을 포함해 4안타 1볼넷에 폭투까지 더해 5실점 하며 6-10 역전패의 중심에 섰다.

오승환은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거치고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올 시즌에도 44세이브로 1위를 기록하며 KBO리그를 호령했다. 1차전 패배로 기선을 제압 당한 삼성과 오승환이 2차전부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무너진 오승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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