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 이강철 감독의 가슴 속 피맺힌 말 ‘난 항상 2인자’...1인자는 누구였길래?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 그가 그렇게 편하게 웃으면서 무려 5분15초가량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만 목소리에 그 동안의 회한(悔恨)이 묻어 나왔다. 자신이 항상 2인자였다고 회상하는 순간에는 '울컥'하기까지 했다.

KBO리그 10번째 구단 KT 위즈를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이강철(55)감독은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타이브레이커 1위 결정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MBC스포츠플러스와 인터뷰를 했다. 경기 후 허구연해설위원, 한명재 캐스터가 여러가지 궁금증을 질문했는데 그 과정에서 우승 경험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강철 감독은‘선수였을 때 많이 우승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패한 적이 없는데 수석 코치였을 때 2번 우승을 못했다’며 속마음을 꺼냈다. 이어서 그가 한 말은 가슴 속에 아주 오랜 기간 담아 두었던 것을 처음으로 야구 팬들에게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허구연 위원님이 잘 아시지만 제가 항상‘2인자'로 선수 생활을 마쳤지만 지도자로서 1위를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일단 한번은 이룬 것 같습니다.”

2013년 창단, 2015시즌부터 정규리그에 참가한 KT 위즈의 페넌트레이스 순위는 10-10-10-9위였다. 그러다가 이강철감독이 3년 계약을 맺고 첫 발을 내디딘 2019시즌 KT 위즈는 6위, 지난 해 2위로 치고 올라와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마침내 3년 만에 KT 위즈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 명칭 위즈(WIZ, 마법사) 처럼 귀신 같은 용병술로 팀을 타이브레이커까지 끌고 가 천신만고 끝에 우승으로 이끈 이강철감독의 입에서 ‘제가 항상 2인자로 선수 생활을 마쳤지만’이라는 고백이 나온 것은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왜 그가 선수 생활을 2인자로 마쳤을까? 광주일고-동국대를 졸업하고 1989년 1차 지명으로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강철감독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언더스로였다. 해태(1989~1999), 삼성 라이온즈((2000~2001), KIA 타이거즈(2001~2005)를 거쳐 은퇴하고 2006년 KIA 타이거즈 2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3~2016년 넥센 히어로즈 1군 수석코치, 2018년 두산 베어스 1군 수석코치를 지내고 2019년 KT 위즈 사령탑이 됐다.

이강철감독이 자신 보다 연배가 낮은 넥센 염경엽감독, 두산 김태형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를 할 때 많은 야구인들이 그의 인품을 얘기했다. 늘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지도자였다.

한편으로는 왜 아직 감독이 되지 못할까, 후배들이 감독을 하고 있는데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닐까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두산 베어스에서 코치 생활을 할 때 국가대표팀 수석코치겸 투수코치였다.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동열 감독으로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데 기여했다.

이강철감독이 2인자였다고 말했다면 1인자는 누구였을까?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야구인들은 ‘선동열감독’이라고 확신했다.

이강철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10년 연속 10승에 100탈 삼진, 그리고 1996년 한국시리즈에서 2승1세이브, 평균 자책점 0.56의 놀라운 성적으로 MVP가 됐다.

그러나 늘 선동열이라는 전설의 그늘에 있었다. 감독으로서도 마찬가지였다. 1999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은퇴한 선동열감독은 2004년 해태 시절 은사였던 당시 삼성 라이온즈 김응용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한 뒤 2005년 감독이 됐다. 선동열감독은 2005년과 200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이강철감독은 지도자로서 1등을‘일단 한번은 이룬 것 같습니다’고 했다. 그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 해 1등 중의 1등이 될 지 주목된다.

[타이브레이커 경기서 삼성을 1-0으로 물리치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t이강철 감독. 사진=유진형 기자]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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