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힘들었을 수도" 정찬헌·서건창 빅딜 평가, 당사자의 속마음은[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마음이 조금 힘들었을 수 있다."

LG와 키움은 후반기를 앞두고 빅딜을 했다. LG 차명석 단장이 서건창 영입을 문의했고, 키움 고헝욱 단장이 정찬헌 영입을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올 시즌 무조건 한국시리즈 우승을 원하는 LG와 '술판 파동'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키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KBO리그 역사를 강타한 빅딜 중에서도 임팩트가 컸다. 아무리 예년보다 트레이드가 활성화 됐다고 해도 4~5선발이 가능한 투수를 내주는 팀은 여전히 드물다. 그만큼 KBO리그에 쓸만한 투수, 특히 선발투수에 대한 가치는 상당하다.

그래서 팬들과 언론들도 이 빅딜의 결말에 대해 궁금해한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두 사람을 비교하는 기사도 몇 차례 나갔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는 키움이 다소 이득을 봤다고 봐야 한다. 서건창은 후반기에 타율 0.247 2홈런 23타점 33득점으로 전반기보다 오히려 못한 성적을 냈다.

서건창은 전반기에 타율 0.259 4홈런 28타점 45득점했다. 후반기에 좋았던 구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타격 그래프가 크게 튀어 오르지 못했다. 물론 LG의 타격 문제는 서건창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LG로선 후반기 막판 힘이 떨어져 1위는 물론 2위까지 사실상 멀어진 상황서 빅딜 효과를 보지 못한 게 아쉽다.

서건창은 27일 대전 한화전서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반면 정찬헌은 이날 고척 삼성전서 6이닝 3피안타 4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키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후반기 11경기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99. 12경기서 6승2패 평균자책점 4.03을 기록한 전반기보다 좀 더 낫다.

특히 정찬헌은 후반기 초반 안우진과 한현희가 징계로 동시에 자리를 비웠을 때 에릭 요키시를 받치는 2선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8월 3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1.59로 팀의 5위 경쟁을 진두지휘 했다. 물론 9월 이후 발가락 부상에 따른 밸런스 난조로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

키움은 정찬헌의 호투를 발판 삼아 삼성을 잡고 5위 도약 희망을 키웠다. 이날 SSG가 패배하면서 격차는 0.5경기. 그러나 여전히 키움의 5강행은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결국 두 사람의 빅딜은 2021시즌만큼은 서로 '루징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찬헌은 의연했다. 삼성전 직후 "솔직히 건창이나 나나 엄청 길어야 (선수생활)6~7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와 팬들 사이에서 우리를 비교하는데, 딱히 '이게 맞다', '저게 맞다'라고 할 건 아니다"라고 했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단, 정찬헌은 "건창이나 나나 트레이드 후 마음이 조금은 힘들었을 수 있다. 그 부분에서 얼마나 빨리 이겨내느냐의 차이다. 개인적으로 키움이라는 팀에 잘 녹아 들었다. 잘 흡수했다"라고 했다. 트레이드 후 마음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언론과 팬들의 평가 및 비교에 심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그래도 자신은 괜찮다는 뜻이다.

진짜 트레이드 평가는 2022시즌까지 치러봐야 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작년에 NC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옮긴 장현식이 좋은 사례다. 장현식은 홀드왕이 유력하다. KIA는 1년 뒤에서야 트레이드 효과를 봤다. LG가 내년에 서건창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서건창은 기본적으로 좋은 타자다. 급격한 노쇠화를 보일 시기는 아니다.

한편으로 정찬헌도 2022시즌 이후 쓰임새가 다양해질 수 있다. 이미 고 단장은 빅딜 당시 불펜행 가능성도 언급했다. 아무래도 올 시즌 불펜이 약해졌다. 정찬헌은 LG 시절 불펜 경험이 풍부했다. 정찬헌은 포스트시즌 불펜 등판 가능성에 대해서도 "팀이 원하면 준비할 수 있다"라고 했다.

두 사람은 친구이기도 하다. 정찬헌은 "최근 LG전이 있어서 건창이 얼굴을 봤다. 별 다른 말은 없었다. 만나면 야구 얘기를 안 하고 일상 얘기를 한다"라고 했다.

[정찬헌과 서건창(위), 정찬헌(가운데), 서건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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