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은 왜 벼랑 끝에 몰렸나…LG 대형타자 영입 망설이면 안된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그런데 축제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류지현 감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6경기에서 3무 3패로 단 1승도 건지지 못했다.

LG를 더욱 씁쓸하게 만든 것은 바로 24일 두산과의 더블헤더였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9회초 간신히 4-4 동점을 이룬 LG는 9회말 마무리투수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으나 고우석은 정수빈에 우전 3루타를 맞고 1사 1,3루 위기에 몰린 뒤 박건우를 2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주자 정수빈의 득점을 막을 수 없어 팀이 4-5로 패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더블헤더 2차전. LG는 3-2로 앞선 9회말 다시 한번 고우석을 호출했다. 고우석은 이번엔 김재환과 호세 페르난데스를 외야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하고 1점차 리드를 지키는 듯 했다. 하지만 양석환에게 155km 직구를 던진 것이 좌월 솔로홈런으로 이어져 블론세이브를 저지르고 말았다. 결국 LG는 3-3 무승부로 만족해야 했다.

고우석은 10월에만 블론세이브 3개로 고개를 숙였다. 어느덧 리그에서 블론세이브가 가장 많은 선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원종현(NC), 김강률(두산), 김태훈(SSG)과 함께 블론세이브 7개로 공동 1위다.

하지만 LG가 진짜 생각해볼 문제는 따로 있다. 왜 고우석이 벼랑 끝에 몰렸는지 그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운명의 6경기' 동안 타선이 한번이라도 터졌다면 LG의 행보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LG의 10월 팀 타율은 .240에 불과하다. 최하위를 확정한 한화의 10월 팀 타율(.240)과 같은 수치다. 집중력이 높여야 하는 승부처에서는 더욱 고전했다. '운명의 6경기'에서는 팀 타율이 .199로 2할도 채우지 못했다.

'윈나우'를 외치고 있는 LG는 이제 해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여력은 갖췄지만 늘 마무리가 아쉬웠다. 작년에도 10월 팀 타율은 .251로 9위에 머무르면서 4위로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LG가 FA 시장에서 김현수에게 115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한 성과는 확실했다. 그러나 김현수가 합류한 이후 4년 동안 LG 타선의 무게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는 홍창기가 외야수 골든글러브 한 자리를 노릴 만큼 '폭풍 성장'을 했지만 해결사의 부재는 여전하다. 외국인타자 교체와 트레이드를 통한 승부수도 현재까지는 실패다.

올 시즌 초반부터 LG 투수들은 한결 같이 "타자들이 언젠가는 우리 투수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고 주장 김현수도 "우리 타자들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 투수들 덕분에 이길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라고 타선이 언젠가 깨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지만 순위 싸움의 클라이맥스인 지금도 LG 타선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LG 타선의 주축 선수들도 이제는 대부분 나이가 30대가 지나고 있다. 더이상 급격할 만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대형타자 영입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FA 영입, 트레이드, 외국인타자 영입 등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해마다 반복되는 '용두사미 시즌'에서 벗어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LG는 아직 차명석 단장 체제가 들어선 후 외부 FA 영입 사례가 없다. 차명석 단장은 "FA는 100%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그룹에서 거액을 지원받는 만큼 기량도 확신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데려온다는 확신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올해도 김현수를 붙잡아야 하는 지상 과제가 있어 LG가 밖으로 눈을 돌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역대급 FA 타자들이 쏟아지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관망만 할 수는 없는 처지다.

[LG 고우석이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9회말 2사 후 두산 양석환에게 대타 동점홈런을 맞고 3-3으로 무승부를 기록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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