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한국인 1호' 놓친 송종국, “2002년에 전 세계 에이전트 연락와”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의 7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송종국이 옛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쩌면 토트넘 소속 한국인 1호와 2호는 이영표와 손흥민이 아니라, 송종국과 이영표였을 수도 있다.

송종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돼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조별리그 3경기를 비롯해 16강전, 8강전, 4강전, 3·4위전에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터키를 상대한 3·4위전에서는 득점도 했다. 출전 시간을 비교하면 이 대회에 나선 32개국 모든 선수 가운데 송종국과 이운재가 가장 오래 뛰었다.

송종국은 이천수가 운영하는 개인채널 ‘리춘수’에 출연해 2002 한일월드컵 시절을 회상했다. 현재 K리그2 FC 안양 어드바이저인 송종국과 대한축구협회(KFA) 사회공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천수는 잠시 감투를 내려놓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디스전’도 펼쳤다.

먼저 이천수는 송종국이 3·4위전 터키전에서 넣은 중거리슛을 두고 “그거 차두리 골이다”라고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송종국은 “(내가 때린 슛이) 두리 엉덩이 맞고 굴절돼 들어갔다. 만약 두리가 의도해서 엉덩이를 골대 방향으로 틀었으면 두리 골이 맞다”라고 답했다. 이천수는 “둘 다 세리머니를 해서 누구 골인지 몰랐다”라고 했다.

이어 송종국은 이천수를 향해 “너 2002 월드컵에서 골 넣었지?”라고 물었다. 이천수가 이 대회에서 1골도 넣지 못한 걸 알고 일부러 도발한 것이다. 이천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못 넣었어”라고 작게 답했다. 송종국은 “그때 골키퍼였냐? 공격수라면 7경기 중에서 2~3골은 넣어야지”라고 했다.

그 다음으로,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을 언급했다. 송종국은 포르투갈전에서 당대 최고의 공격수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어 ‘인생경기’를 남겼다. 송종국은 “포르투갈 선수들이 자꾸 뭐라고 하더라. 경기에 집중하느라 몰랐다. 끝나고 생각하니 ‘한국 너희는 왜 열심히 뛰냐. 오늘 비기면 같이 16강에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라고 들려줬다.

반면 이천수는 자신의 고향 인천에서 열린 포르투갈전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돼 3분가량만 그라운드를 밟았다. 송종국은 “그 쉬운 경기에서 3분밖에 못 뛰었어?”라고 공격했다. 이천수는 “한 명은 영웅이 되고, 한 명은 고향 사람들 앞에서 창피했다”라면서 “종료 7분 전부터 교체 준비했는데 4분 동안 공이 밖으로 안 나갔다. 가운데서 창피하게 계속 서 있었다”라고 전했다. 송종국은 “히딩크 감독이 지혜로우시다. 원래는 출전시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천수의) 고향이라고 3분은 뛰게 해줬다”라며 웃었다.

의기양양한 송종국은 “그 경기 끝나고 전 세계 에이전트들한테 다 연락이 왔다. 그때 첫 번째로 결정난 게 토트넘이었다. 그 다음 두 번째가 아스널이었다. 근데 소속팀(부산)에서 안 보내준다며 시간을 끌어 이적시장이 닫혔다. 내가 소속팀 숙소를 나와서 버티다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이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천수는 "둘 다 런던이네. 정말 아쉽다"라며 위로했다.

이천수도 유럽 이적 비화를 들려줬다. 송종국이 먼저 “히딩크 감독님이 (PSV 에인트호번 감독돼서) 첫 번째로 너한테 연락했잖아. 에인트호번 갔으면 넌 인생이 달라졌다. 지금 여기 없다. 당시 너는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나밖에”라고 돌아봤다. 이천수는 “사람에게 몇 번의 기회가 오는데 그걸 놓치니까 힘들더라. (에인트호번으로 가지 못해) 아쉬웠다”라며 20여년 전 유럽 진출설을 회상했다.

[사진 = AFPBBnews, 리춘수 채널 캡처]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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