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트윗 맞아?’ 르완다 독재자가 아스날 승리에 ‘대환호’한 까닭

[마이데일리 = 런던 유주 정 통신원]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이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이 토트넘 홋스퍼를 누른 직후 남긴 이례적인 트윗이 화제다.

카가메 대통령은 21년째 장기집권 중으로 르완다 안팎에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현지시간 지난 26일 저녁 자신의 공식 트위터에 “아스날과 매니저,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면서 “오늘 모든 게 정말 생생했다. 매 경기를 응원한다”고 썼다. “#멋지다(Brilliant)’라는 단어엔 해시태그 마크와 느낌표 두 개까지 달았다.

국가 정상들이 트위터에 외교적 메시지를 남길 때 마침표와 쉼표 하나까지 신경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가메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영어 문법도, 표기법도 무시하고 마치 친구와 대화하는 듯 편하게 써 내려간 흔적이 역력했다.

카가메 대통령이 아스날 경기에 이렇게 격한 감정을 드러낸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아스날이 올시즌 개막전에서 승격팀 브렌트포드에 2대 0으로 대패했을 때는 ‘트윗 폭격’ 수준으로 여러 개의 글을 남기며 크게 분노했었다.

당시 그는 “평범함은 용납할 수 없다. 팀은 승리, 승리, 승리를 목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가메 대통령은 아스날의 오랜 팬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르완다 정부는 아스날과 4200만 달러(496억 원) 규모의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당시 아스날 선수들의 유니폼 소매엔 ‘르완다를 방문하세요(Visit Rwanda)’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를 두고 비평가들은 카가메 대통령이 ‘가난한 나라 권위주의자’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축구에 진심인 대통령’의 모습으로 독재자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르완다 정부는 아스날 스폰서십을 통해 얻은 관광 수입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사진 = 아스날 트위터, 폴 카가메 대통령 트위터]

유주정 통신원 yuzuju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