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재능' 안우진 155km·10K, 감독이 왜 말 바꿨는지 알겠네[MD포인트]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역시 악마의 재능이다.

키움 안우진은 7월 초 방역수칙 위반에 따른 사적 모임 및 술자리 논란에 휩쓸리며 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KBO와 키움의 징계는 솜방망이였다. 합계 36경기 출전정지에 제재금 1000만원. 안우진은 징계기간 1~2군 선수들과 겹치지 않는 동선에서 개인훈련을 했고, 17일 SSG와의 강화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그 사이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과 한현희에 대한 말 바꾸기를 하며 안우진의 복귀 판을 깔아줬다. 홍 감독은 23일 고척 NC전을 앞두고 다시 한번 팬들에게 사과했다. 안우진은 선수단에 합류해 사과의 인사를 건넸고, 선수단도 그런 안우진을 받아들였다.

17일 SSG전 이전의 실전은 7월6일 고척 SSG전이었다. 사실상 2개월 반 가량 쉬었다. 구위는 마치 시즌 초반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150km 초반의 패스트볼은 가볍게 찍었고, 3회 강진성에게 던진 패스트볼은 155km까지 찍혔다.

투구수를 7~80개로 제한하면서 안우진이 4~5이닝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개인 한 경기 최다 10탈삼진을 솎아내면서 투구수를 많이 아꼈다. 대부분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삼진을 잡았고, 삼구삼진도 섞여있었다.

때문에 5회를 넘겨 6회까지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5회까지 단 1안타를 맞았으나 6회 3안타를 집중적으로 맞고 추가 1실점했다. 그래도 나성범에게 152km 패스트볼을 던지는 등 구위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2사 1,2루서 마운드를 김재웅에게 넘기고 승리요건을 갖췄다. 불펜이 리드를 지켰고 타선이 추가점을 뽑으면서 안우진에게 시즌 4승(7패)이 주어졌다.

안우진은 스프링캠프 초반 불펜 투수들의 줄부상에도 홍원기 감독으로부터 선발투수 한 자리를 보장 받았다. 홍 감독은 키움 마운드의 미래를 위해 안우진이 선발투수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런 안우진은 6월 초까지 들쭉날쭉한 투구로 믿음을 주지 못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모습이 여전했다. 그러나 6월18일 창원 NC전서 6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볼넷 1실점하면서 확 달라졌다. 당시 패전투수가 됐지만, 내용은 시즌 통틀어 가장 좋았다.

이후 6월24일 두산전(7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볼넷 1실점), 6월30일 롯데전(6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볼넷 4실점-비자책)에 이어 7월6일 SSG전까지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꾸준함'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한창 흐름이 좋을 때 휴식기가 있었고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를 받았다. 2개월 반만에 돌아온 마운드서 그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인지, 예전의 들쭉날쭉한 모습을 이어갈 것인지가 관전포인트였다. 그러나 징계기간 반성하며 개인운동을 철저히 한 덕분에 구위는 더 좋았고,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적절히 섞으며 진일보한 경기운영능력을 드러냈다.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는 실패했지만, 타자들을 압도하는 맛은 여전했다.

한 마디로 왜 감독이 비난을 감수하며 말 바꾸기를 했는지 이해가 되는 경기였다. 입단 후 4년간 큰 사고를 두 번이나 친 안우진. 왜 '악마의 재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다시 입증했다.

[안우진. 사진 = 고척돔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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