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감독, 유희관과 양의지를 이렇게 키웠다[아무튼]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김태형감독은 선수들에게 포스트시즌 진출을 맡긴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54)감독이 마침내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 가는 분위기다. 페넌트레이스 100경기를 넘겨 108경기째에 남은 36게임을 좌우할 의미 있는 팀 승리와 베테랑 좌완 유희관의(35) 통산 100승째를 만들어냈다.

두산은 유희관을 선발등판 시킨 19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원정 경기에서 김재환의 맹타와 양석환의 연타석 홈런포를 앞세워 6회에 이미 6-0으로 앞서며 승리를 굳혔다. 두산은 일요일 승리로 키움을 6위로 밀어 내리고 5위로 올라섰다. 승차는 없지만 기분 좋게 월요일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두산은 52승5무51패를 기록 중이다. 이날 선두 kt에 패한 4위 NC도 언제든 추격이 가능한 반게임 차 사정권 안에 묶어 놓았다.

선발 유희관은 지난 5월9일 광주 KIA전에서 99승째를 거둔 후 롯데전에서 첫 100승에 도전했다가 무려 8실점하고 물러났다. 이후 5경기 연속 실패를 계속했고 이날 6번째 도전에 나섰다.

페넌트레이스가 막판으로 가면서 우천 순연 경기가 있고 더블헤더가 증가했다. 그래서 팀 마다 선발 로테이션을 꾸려가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두산 김태형감독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베테랑 좌완 유희관에게 6번째나 100승 도전 기회를 준 것은 이례적이었다. 어떤 구단 감독도 쉽게 할 수 없다.

김태형감독은 경기 전 "나도 힘들다.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감독의 소망은 이뤄졌다. 이날도 6-0으로 앞선 6회말 2사 만루 등 교체를 고민할 순간이 있었는데 김태형감독은 유희관을 믿었고 마침내 그에게 환한 웃음을 찾아 줬다.

그렇게 장호연(109승), 장원준(129승)에 이어 두산 베어스 사상 세 번째 100승 투수가 탄생했고 두산 왼손 투수로는 처음이다.

선수들은 어려움에 처하면 감독에게 의지를 하게 된다. 야구 대 선배이자 팀의 가장 놓은 곳에 있는 감독이 무엇인가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 이게 빗나가면 그 팀은 지리멸렬해진다.

두산 김태형감독은 유희관의 100승 달성을 꿋꿋하게 지원함으로써 마침내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두산 선수로서 이번 유희관의 예와 가장 달랐던 선수가 있다. 현재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34)이다. 양의지는 같은 포수 출신인 김태형감독 밑에서 리그 최고의 포수이자 강타자로 ‘우승 청부사’가 돼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2018년 4월10일이다. 두산-삼성전이었고 정종수심판이 구심이었다. 경기 초반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양의지는 두 번째 투수 곽빈이 연습 투구를 할 때 포구를 하지 않고 뒤로 흘려버렸다. 곽빈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이다. 놀란 정종수구심이 볼을 피해 불상사는 없었으나 고의적인 볼 패싱 논란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때 김태형감독은 야구 선배이자 동업자로서 단호하게 대처했다. 양의지를 바로 덕아웃으로 불러 야단을 쳤다. 양의지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혼이 나는 장면이 TV 중계에 잡혔다. 양의지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서 벌금 300만원과 유소년 봉사 8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김태형감독은 이렇게 팀과 선수들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끈다. 베테랑 선수가 어떻게 해야 하고 또 후배들은 어떻게 성장해야 강한 팀이 되는지를 알고 있다. 기회를 주고 때로는 강하게 책임을 묻는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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