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은 순간이고 성적은 영원? 한현희·안우진 복귀, 씁쓸한 말 바꾸기[MD이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비난은 순간이고 성적은 영원하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실제로 통용되는 말이다. 어떤 구성원이든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순위를 한 단계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비난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그러나 성적은 구단 역사에 영원히 남는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딱 그 말이 생각나는 발언을 했다. 16일 고척 한화전을 앞두고 한현희와 안우진의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징계가 끝나면 복귀시점을 잡아서 다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징계가 끝나도 쓸 마음이 없다고 한 본인의 발언을 180도 뒤집었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7월 초 KBO리그를 뒤집은 원정숙소 이탈 및 사적 모임, 술판 스캔들의 주인공이다. KBO로부터 36경기 출장정지 및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후 키움도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장정지 및 제재금 1000만원, 안우진에겐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즉, 한현희는 51경기 출장정지에 제재금 1500만원, 안우진은 36경기 출장정지에 제재금 1000만원이 적용된 셈이다. 키움은 16일까지 후반기 31경기를 치렀다. 키움의 스케줄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안우진은 23일 고척 NC전서 복귀할 수 있다. 한현희도 내달 8일 이후 잔여일정에는 돌아올 수 있다.

올해 순위다툼은 역대급이다. 페넌트레이스는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키움은 5강 진입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모기업 없이 스폰서의 광고 및 투자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구단 특성상, 단 한 시즌도 성적을 포기하기 어려운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징계가 끝나면 최소 1개월 이상 활용할 수 있는데 묵혀둘 이유가 없는, 지극히 눈 앞의 현실만을 생각했다.

키움 선발진에는 이적생 정찬헌이 맹활약 중이다. 그래도 제이크 브리검 포함 선발 세 명의 공백은 메우기 어려웠다. 김동혁과 김선기로는 한계가 있다. 마침 한현희와 안우진은 홍 감독의 말 바꾸기와 무관하게 1~2군 선수들과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언제든 다시 야구를 시작해야 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홍 감독이 자의로 결정했든, 구단의 뜻이 투영됐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키움과 한현희, 안우진은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잔여시즌을 치러야 한다. 이 모든 일은 키움과 두 사람이 자초했다. 그들은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

물론 징계가 끝나고 정상적으로 복귀시키겠다는데 '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KBO리그의 주인들, 소비자들의 정서를 헤아렸는지 궁금하다. 팬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고민해봤을까. 팬심을 다시 얻고 싶어 하는 프로구단이 왜 팬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을까.

비난은 순간이고, 성적은 영원하다. 한현희와 안우진이 선발투수로 복귀하면 불펜도 강화되는 부수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키움으로선 페넌트레이스를 다 치른 뒤 적어도 후회 없이 싸웠다고 할 수 있을만한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순간의 선택이 주변인, 특히 소비자의 마음을 완전히 돌리는 계기가 된 케이스를 너무 많이 봐왔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지난 여름 술판 파동 이후 KBO리그와 한국야구를 향한 팬심이 증명한다.

말로만 '반성한다', '달라지겠다'라고 해봤자 진짜 반성하고 달라지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홍 감독의 말 바꾸기를 통해 KBO리그 구성원 일부의 생각은 알게 됐다. 이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의, 규범, 상식은 성적 앞에선 휴지조각이라는 것을. 단순히 키움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전히, 적어도 일부 KBO리그 구성원은 한국야구가 바로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모른다.

[한현희와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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